공구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그녀에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화장실 변기에 물이 샐 때, 갑자기 두꺼비집이 내려갔을 때, 방전된 자동차의 시동을 걸 때, 혼자 사는 여성들은 곧잘 '사람'을 부른다.
그렇게 호출된 사람은 남성일 때가 많고, 수리가 끝날 때까지 처음 본 남성과 단둘이 한 공간에 있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위치한 334㎡ 작업공간에서 여성 청소년들은 작게는 공구함부터, 크게는 노숙인 단체에 기부할 나무 벤치까지 만들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언니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 여성 메이커를 위한 공구 워크숍
에밀리 필로톤 지음, 케이트 빙거먼버트 그림, 이하영 옮김/학고재·2만2000원
화장실 변기에 물이 샐 때, 갑자기 두꺼비집이 내려갔을 때, 방전된 자동차의 시동을 걸 때, 혼자 사는 여성들은 곧잘 ‘사람’을 부른다. 그렇게 호출된 사람은 남성일 때가 많고, 수리가 끝날 때까지 처음 본 남성과 단둘이 한 공간에 있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무언가를 고치는 일 앞에서 여성은 자주 구경꾼이 되고, 방관자가 되며, 어린아이가 된다.
<언니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는 그런 여성들을 위한 워크북이다. 디자이너이자 건축업자인 지은이 에밀리 필로톤은 2013년 비영리단체 ‘걸스 개라지’(Girls Garage)를 설립하고 여성 청소년에게 ‘만들기’를 가르쳐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위치한 334㎡ 작업공간에서 여성 청소년들은 작게는 공구함부터, 크게는 노숙인 단체에 기부할 나무 벤치까지 만들었다. 지은이는 만들기의 A부터 Z까지 체계화해 책에 수록했다. 안전수칙, 공구 175가지의 이름과 쓰임새, 치수 표기·직각 확인법 등 실전에 동원되는 필수 기술, 변기 수리법·페인트 칠하는 법처럼 집을 고칠 때 필요한 수리 기술 등을 망라했다.
걸스 개라지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조차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지만, 몇 가지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확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약속이다. 지시대명사 ‘그것’은 이곳에서 금기어다. 지은이는 자신을 ‘꼬마’라고 부르는 철물점 직원에게 “4.4㎝ 태프콘 콘크리트 나사를 찾았다”고 답한 뒤 느낀 쾌감을 전하며 이렇게 말한다. “삶에서도, 만들기에서도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이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일은 강력한 힘을 지닌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해찬의 마음은 이재명에게로?
- 역풍 맞은 머스크…테슬라 나홀로 약세, 온라인 불매운동도
- 인플레 공포 커지는데…미 연준은 왜 ‘기다림’을 말할까
- 그랜저보다 큰 몸체에 아반떼급 엔진…K8 하이브리드 타보니
- [단독] 북 ‘대북전단 겨냥 포 전진 배치’…지난달 포착
- 한강 대학생 부검 결과 ‘익사 추정’…‘42분 행적’ 의혹 풀 열쇠
- “‘부성 우선주의 폐기’는 시작…가족 개념 서서히 넓힐 것”
- “백신이 치매 유발” 거짓 소문입니다…전문가의 당부
- 실내서도 마스크 벗은 바이든…“백신 접종 완료 땐 안 써도 돼”
- [ESC] 10년째 남편에게 내 뒷말하는 시어머니, 어쩌면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