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 퀵, 슬로 슬로.. 괴물의 공이 춤을 췄다
야구의 스트라이크 존은 고정된 틀이 아니다. 타자의 체격과 타격 자세, 심판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제구의 마술사’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은 13일 미국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원정 경기에서 ‘그날의 스트라이크 존'부터 체크했다. 1회말 첫 타자는 MLB 홈런 전체 1위(11개)인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 류현진은 초구를 존 바깥쪽에서 공 두 개 정도, 두 번째 공을 한 개 정도 빠진 지점으로 던졌다. 둘 다 볼 판정이 나자 3구째엔 모서리를 정확하게 찌르는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었다. 영점을 잡은 류현진은 이어 스트라이크와 헛스윙으로 아쿠나를 5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류현진의 제구 쇼 개봉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느려도 강력하다, 정교하기 때문에
제구의 절정은 2회말 우타자 댄스비 스완슨의 삼진 장면이었다. 류현진은 풀 카운트 승부를 벌이다 8구째 145㎞ 포심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구석에 자석처럼 찔러넣었다. 스완슨은 꼼짝도 못하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3회말 좌타자 프레디 프리먼도 류현진의 시속 120㎞ 체인지업에 방망이를 헛돌리고 물러났다. 5회말 윌리엄 콘트레라스에게 솔로포를 내준 게 옥에 티였다.
7회까지 순항한 류현진은 팀이 2-1로 앞선 8회초 대타와 교체됐다. 7이닝 6탈삼진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실점. 블루제이스가 4대1로 이기면서 시즌 3승째(2패)를 수확했다. 투구 수는 94개(스트라이크 63개). 평균자책점은 3.15에서 2.95로 내려갔다. 지난달 말 엉덩이 근육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이달 초 복귀한 그는 올 시즌 최고 피칭을 펼쳤다.
류현진의 공은 포심 패스트볼이 최고 146㎞(평균 약 143.5㎞)에 그치는 등 시즌 평균보다 2~3㎞씩 느렸다. 대신 포심 30개(32%), 체인지업 24개(27%), 커터 22개(23%), 커브 18개(18%) 등 4개 구종을 고르게, 그리고 정교하게 구사했다.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던지는 완급 조절까지 더해진 ‘8지 선다' 문제 앞에서 리그 팀 홈런 1위인 브레이브스 타자들이 끙끙댔다.
찰리 몬토요 블루제이스 감독은 “류현진이 무슨 공을 던질지는 오직 그가 던진 다음에야 알 수 있다”고 미소 지었다. 류현진은 “몸 상태는 괜찮고, 오늘은 커브가 좋다고 느껴 많이 던졌다”고 투구 내용을 덤덤히 복기하다가 “타석에서 연습할 때만큼 성적이 안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날 2019년 이후 처음 타자로 나왔는데 2타수 2삼진에 그쳤다.
◇한·일 메이저리거 엇갈린 희비
올 시즌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순조롭다.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자신이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팀이 이겨 ‘승리 요정’으로 사랑받는다.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은 지난 6일 선발 데뷔전에 이어 최근 MLB닷컴이 선정한 ‘가장 뜨거운 신인’ 3위에 올라 입지를 다지고 있다.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13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이틀 연속 안타에 시즌 2호 도루를 성공시켰다. 타격이 아직 기대에 못 미치지만, 유격수면서도 3루 뒤쪽 깊은 곳까지 커버하는 폭넓은 수비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한국보다 두 배 많은 8명의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은 희비가 엇갈린다. 오타니 쇼헤이(27·LA에인절스)는 투타 모두 잘하는 ‘만화 야구’를 선보이고 다르빗슈 유(35·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사이영 2위(2013·2020년) 기록을 넘어 올 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을 조짐을 보인다. 반면 류현진과 LA다저스 시절 동료였던 마에다 겐타(33·미네소타 트윈스)는 주춤하고, 양현종의 경쟁자인 아리하라 고헤이(29·텍사스 레인저스)는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했다. 타자들은 불운하다. 아키야마 쇼고(33·신시내티 레즈)는 아내 병 간호와 본인의 햄스트링 부상이 겹쳐 재활 중이며, 쓰쓰고 요시토모(30·템파베이 레이스)는 2년 연속 1할대 타율에 허덕이다 최근 방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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