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빌려주고 연이자 10% 먹죠" 2030 금융인들의 투자술

남민우 기자 2021. 5. 14.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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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금융인들의 코인 투자술

여의도 한 자산운용사의 김모(36) 매니저는 최근 바이비트(Bybit)라는 해외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100배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로 가상 화폐를 사고파는 거래를 시작했다. ’100배 레버리지’란 손익(損益)을 100배로 늘린다는 뜻이다. 예컨대, 100만원을 ’100배 레버리지’에 투자했다면 1% 오를 때 100만원을 벌고, 반대로 1% 떨어지면 투자금 전체를 날린다. 주식시장 등 기존 금융시장에선 찾아볼 수 없는 초(超)고위험 투자다. 김 매니저는 “가상 화폐 투자는 (주식 투자와 달리) 회사 준법 경영(컴플라이언스) 보고 대상이 아니라, 최근 온갖 수단을 동원해 가상 화폐 투자판에 뛰어드는 금융계 사람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가상 화폐 광풍(狂風)이 여의도 금융가마저 접수했다. 올 들어 가상 화폐 투자 수익률이 주식 투자 수익률을 앞지르는 데다 가격 상승 기간이 꽤 오랜 기간 지탱되면서다. 젊은 금융인 상당수가 가상 화폐 투자에 뛰어들었고, 지난 2~3년 새 부동산 투자도 마다하고 오직 주식 투자에만 매달리던 ‘주식쟁이’들마저 가상 화폐 투자를 기웃거리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일반인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다양한 방식의 가상 화폐 투자를 하고 있다.

일러스트=김성규

◇차익 거래부터 高이율 ‘코인 대출’까지

한 여의도 금융인은 “여기선 일반 투자자들처럼 단순히 가상 화폐를 사두고 가격이 오르길 기다리는 식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위험 부담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식·외환 시장의 투자 기법을 가상 화폐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차익(스프레드) 거래다. 같은 가상 화폐라도 거래소 간 가격이 차이 나는 것을 이용, 싼 곳에서 사 비싼 곳에서 되판다. 한국과 해외 거래소 간의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은 기본이다. 유럽과 일본, 홍콩, 미국 거래소 간에 불과 몇 시간 동안 발생하는 가격 차이까지 집요하게 찾아 활용한다. 한 금융권 가상 화폐 투자자는 “각종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방법만 찾으면 알고리즘(자동) 매매로 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는 편”이라며 “당국이 가상 화폐 수익에 과세하기 이전까진 두툼한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최근 급부상한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기반의 ‘가상 화폐 대출 상품’도 활용한다. 자신이 보유한 가상 화폐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와 원금을 받는 상품으로, 최근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달러화 등 실물 화폐에 연동하는 가상 화폐)인 USDT를 매입, 이를 빌려주면 이자율이 연 10~20% 달하는 상품이 대표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디파이는 가상 화폐 보고서를 쓰는 애널리스트에게 투자 방법을 문의해 가며 투자할 정도”라며 “아직까지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실제로 이자를 받는 사람들이 있어 투자 비율을 조금씩 높여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의도 금융인들이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분야는 가상 화폐 상장이다. 새로운 가상 화폐가 거래소에 상장되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상 화폐가 유명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거래가 허용되면 가격이 급등한다. 따라서 미리 상장 정보를 입수, 가상 화폐를 사두면 상장·공시일에 큰 매매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투자인 셈이다. 주식 시장의 경우 이런 행위를 하면 자본시장거래법 위반으로 큰 처벌을 받지만, 가상 화폐 시장에선 아직 처벌 사례가 없다. 가상 화폐 업계 종사자들은 보통 이 미공개 정보를 정치권과 금융권 인맥을 넓히는 데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는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상 화폐 공개(ICO)를 한 후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해 가격을 띄우는 게 일반적”이라며 “가장 단기간에 큰돈을 움켜쥘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가상 화폐 시장은 무법 천지”

여의도에서 가상 화폐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금융인들은 금융계에 투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30대다. 직장을 다니면서 가상 화폐에 투자해 상당한 수익을 거두면 아예 사표를 쓰고 ‘전업 투자자’로 나서는 경우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 업계에선 이 일부 금융인들의 투자 행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바람직한 투자 문화를 앞장서서 이끌어야 할 이들이 정부의 제도적 감시와 규제가 느슨한 틈을 타 비윤리적 방법까지 동원해 ‘코인 광풍’에 동참하고 또 부추긴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거래소가 자전(自轉) 거래로 시세 조종을 한다” “거래소가 수수료도 가상 화폐로 지급받는 바람에 가격 상승세가 꺾이는 순간 (거래소가 이끄는) 투매가 이뤄질 것” “소수의 임직원이 가상 화폐 공시 정보로 이득을 독차지한다” “정부의 규제 시도를 가상 화폐 시장의 ‘세력'과 손잡은 정치인들이 막고 있다”는 등 온갖 얘기가 다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여의도 금융회사의 고위 임원은 “지금 가상 화폐 시장은 과거 서부 개척 시대의 무법천지를 연상시킨다”면서 “나중에 정부가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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