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타는 골리앗 엘리베이터 우리가 개발"
충남 아산시 탕정면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특수 승강기가 설치돼 있다. 15~20인승 규모인 일반 엘리베이터와 달리 한번에 500명까지 탈 수 있고, 50t 화물도 실을 수 있는 ‘골리앗 엘리베이터’다. 재작년부터 총 4대가 설치됐고, 현재 2대를 추가 설치 중이다. 이 승강기를 만든 사람은 송산특수엘리베이터의 김기영(61) 대표다.
김 대표는 2012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 들렀다가 근로자 수백명이 무거운 장비를 들고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30여년 전 대학생 때 조선소로 실습을 나가서 봤던 모습과 달라진 게 없더라”며 “산업 현장에서 수백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후 2년 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2014년 골리앗 엘리베이터를 세상에 내놨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현장에 설치됐고, LG디스플레이·삼성전자 공장 등에도 쓰이고 있다.
김 대표는 충남기계공고 1학년 시절 학교를 찾은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나라에 꼭 필요한 일을 하라”는 말을 듣고 평생을 엘리베이터에 바쳤다.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고층 빌딩이 많이 들어설거고, 수직 교통(승강기) 수요 역시 급증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엔 승강기 관련 전문가나 서적이 거의 없었다. 영어나 일어로 된 원서를 찾아 읽고, 공사 현장을 찾아다니며 어깨 너머로 실무를 익혀야 했다.
졸업 후 처음 택한 직장은 세계 1위 엘리베이터 기업인 오티스. 회사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11년만에 사표를 냈다. 1994년 송산특수엘리베이터를 창업한 김 대표는 “대기업 하청업체가 되거나 외국 기술을 따라가는 대신, 수준 높은 특수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이후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 지하 350m 경사형 엘리베이터 등을 잇달아 개발했다. 모두 세계 최초이거나 송산만의 자체 기술을 이용한 엘리베이터다.
작년에는 화재가 났을 때 연기와 유해가스 등을 차단하는 비상구난용 엘리베이터(엑스베이터)를 상용화했다. 장애인학교인 천안 나사렛 새꿈학교에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 역세권 청년주택 2곳과도 계약을 마쳤다. 서울 강남과 경기 용인의 주상복합 아파트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이달 초엔 산업통산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신제품(NEP) 인증을 받았다. 김 대표는 “불이 나도 작동하는 특수 엘리베이터로, 지난해 미국에서도 특허를 받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2014년부터 8년째 한국엘리베이터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한국 엘리베이터 시장은 신규 설치 기준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은 3위 시장”이라며 “우리나라가 이렇게 자체적으로 큰 시장을 갖고 있는 분야가 몇 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엘리베이터 시장 절반 가량은 외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1997년 IMF 당시 국내 업체 상당수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고층 건물이 계속 올라오고 있고 앞으로 승강기 교체 수요도 많다”며 “지금이라도 승강기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스스로를 ‘발명가’로 표현했다. 경기도 시흥시 본사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김 대표 명의의 10개 넘는 특허증이 붙어 있었다. 그는 “중국산 부품을 수입해다 조립해 매출을 올리는 식으로 쉽게 돈 벌기는 싫다”며 “우리처럼 특수 기술 개발을 고수하는 회사가 버티고 있어야 산업이 발전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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