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면.. 이더리움은 코인 산업의 '디지털 원유'

신수지 기자 2021. 5. 14.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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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이더리움, 무엇이 다른가
/그래픽=김의균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도 NFT(대체 불가능 토큰)도, 요즘 뜨거운 주목을 받는 가상 화폐 관련 투자처에는 꼭 이 가상 화폐가 등장한다. 바로 ‘이더리움(Ethereum)’이다. 이더리움은 단순히 사고팔 수만 있는 일반 가상 화폐와 달리,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가상 화폐 이체가 이뤄지는 기능이 있다. 이것이 디파이 같은 금융 상품과 NFT 같은 가상 자산의 탄생에 널리 응용되고 있다.

이더리움의 가격은 쓰임새 확대로 인한 수요 증가에 최근 가상 화폐 투자 광풍까지 타면서 연일 상승세다. 지난 10일 처음으로 1개당 4000달러(약 450만원)를 돌파했고, 12일에는 장중 4327달러에 거래되면서 연초(740달러) 대비 488%나 올랐다. 덕분에 이더리움의 시가총액은 5025억달러(약 565조원)로,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4880억달러)를 제쳤다. 전체 가상 화폐 시가총액 중 이더리움이 차지하는 비율도 19.7%까지 올랐다. 비트코인(42%)에 이어 2위다. 비트코인의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스마트 콘트랙트' 되는 2세대 가상 화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 화폐다. 다만 비트코인이 1세대 가상 화폐라면, 이더리움은 여기서 기능이 더 발전한 2세대다.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결제와 송금 등 단순한 거래만 가능하지만, 이더리움의 2세대 블록체인은 대출과 예금, 보험 등 복잡한 거래를 실행할 수 있다. 이른바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s)’라는 기능 덕분이다.

블록체인에 일종의 ‘계약서’를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집어넣어, 계약서의 조건이 충족되면 가상 화폐가 자동으로 이체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컨대 A가 B에게 이더리움 10개를 1년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더리움 1개(10%)를 이자로 받는 계약을 걸어 놓는다고 하자. 그럼 이 계약이 체결되는 날 A의 가상 화폐 지갑에서 B의 지갑으로 이더리움 10개가 이체됐다가, 정확히 1년 후 B의 지갑에서 11개의 이더리움이 A의 지갑으로 다시 이체가 된다. 이 거래 내용은 전 세계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분산돼 기록된다.

이런 식으로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스마트 콘트랙트를 복잡하게 활용하는 앱(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이를 디앱(DApp·탈중앙화앱)이라고 한다. 가상의 고양이를 키우고 사고파는 ‘크립토키티(CryptoKitties)’ 같은 게임이 있다. ‘A는 B에게 앞으로 10년간 매달 0.01이더리움을 지급하고, A가 사고로 사망하면 B는 A에게 100이더리움을 지급한다’ 같은 보험 상품도 만들 수 있다. 디앱과 기존 인터넷 기술을 연결해 다양한 서비스도 만들 수 있다. 노래방 앱 ‘섬싱(SOMESING)’이 대표적이다. 자신이 따라 부른 노래를 올려 가상화폐로 보상을 받고, 또 이 가상 화폐로 서비스 이용료를 낸다.

◇디파이·NFT도 이더리움 덕분에 가능

이러한 이더리움의 기능은 디파이와 NFT에 활용된다. 디파이는 금융기관 없이 블록체인상에서 스마트 콘트랙트 기능을 이용해 자동으로 굴러가는 금융이다. 이미 다양한 예금·대출·투자 등 금융 서비스가 나와 있다. 80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221개의 디파이 프로젝트에 예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1년 전보다 90배가량 늘었다.

NFT는 이더리움 같은 2세대 블록체인 가상 화폐(토큰)에 그림, 영상, 음악, 텍스트 등을 결합한 것이다. 거래 기록이 자동 저장되고,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한 사람에게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이 넘어가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한 블록체인의 특성 덕분에 디지털 콘텐츠의 공인인증서 역할도 한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NFT 매출은 작년 4분기 9400만달러(약 1052억원)에서 올 1분기 20억달러(약 2조2400억원)로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이더리움을 ‘디지털 원유’에 빗댄다. 산업화 시대에 원유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듯이, 이더리움이 디지털 경제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단순히 가치를 저장하고 결제와 송금에만 활용될 수 있어 ‘디지털 금’에 비유된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은 가상 화폐라기보다 ‘가상 상품’에 가깝고, 이더리움은 ‘가상 경제의 중추’로 더 많은 기능을 한다”고 평가했다.

◇속도 끌어올리려 업그레이드 중

이더리움은 그러나 최근 거래 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져 골치를 앓고 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현재 처리할 수 있는 거래량은 초당 15~30개 수준이다. 처리 속도가 초당 4~5개에 불과한 비트코인에 비하면 월등히 빠르지만, 국제 신용카드 결제망 비자(Visa)의 네트워크가 초당 5만6000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굼벵이' 수준이다.

최근 디파이 시장이 커지면서 이런 문제점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일어나 결제 시간 지연 및 거래 수수료 상승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더리움은 2022년을 목표로 ‘이더리움 2.0’으로 블록체인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유지 방식을 기존의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더리움 2.0은 초당 최대 10만개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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