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실적 좋은데 주가는 부진.. 정부가 '버블 방어'

김지섭 기자 2021. 5. 14.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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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증시 띄울때 中은 긴축 나서

작년 한 해 저점 대비 40% 넘게 수직 상승했던 중국 증시가 요즘 부진의 늪에 빠졌다. 중국 우량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지난 2월 춘절(春節·중국의 설)부터 5월 노동절 연휴 전까지 두 달 남짓한 기간 11.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3% 올랐고, 미국 S&P500 지수와 유럽 유로스톡스50 지수는 7%나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주요국 증시 중 유독 중국 증시만 부진을 면치 못했다.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나빴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난 1분기 중국 경제는 18.3% 깜짝 성장했다. CSI300 기업들의 순익은 덩달아 27%나 증가하는 등 이른바 ‘역대급 실적’이 나왔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을 팔아 치우는 데 급급했다. 노무라증권의 짐 맥카퍼티 아시아태평양 담당은 “글로벌 자금 운용가들이 중국 증시 비율을 구조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버블’ 경계하는 중국 정부

중국 증시의 저조한 성과는 주로 경제 외적인 문제, 특히 중국의 특수한 정치적 환경 탓으로 분석된다. 미국만 해도 지난해 뉴욕 증시가 연일 급등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자신의 치적'이라며 자랑했다. 자유민주국가에서는 주가 상승이 경제 상황이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주가 지수와 정권 지지율 간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선거를 통해 정권이 창출되는 정치 체제가 아닌 만큼, 주가 급등을 정권의 인기를 끌어올린 호재로 보기보다 사회적 불안과 동요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로 보는 경향이 더 강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15년 경기 침체로 증시 ‘버블’ 붕괴를 경험한 바 있다”면서 “지난 2월 중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자, (중국 정부는) 과거 악몽을 떠올리며 노심초사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실제로 올해 초부터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였다. 인민은행이 1월과 2월 직접 시장에 개입(공개 시장 조작)해 돈줄을 조였다. 또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는 시중 대출 비율 관리를 올해 목표로 결의했다. 인프라 투자 등에 사용되는 지방정부 특별채 발행 한도는 2020년 대비 1000억위안(약 17조3600억원) 감소했다. 또 작년 1조위안(약 173조6000억원)에 달했던 중앙정부 특별채 발행도 올해는 중단키로 했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도 ‘6% 이상’으로 비교적 낮게 설정, 경기 부양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낮췄다.

금리나 지급준비율을 올리지 않았을 뿐, 시장에 강력한 ‘긴축’ 신호를 준 것이다. 210억달러를 관리하는 화타이-파인브릿지 운용사의 톈한칭(天漢淸)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1년간 중국 주식은 다른 글로벌 주식시장처럼 유동성에 의해 움직였는데,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일부 제거하면서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 好材 많다”

중국 정부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빚 줄이기)에도 적극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미 10년 넘게 ‘부채와의 전쟁'을 벌여 온 상황이다. 당시 4조위안(약 695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 정책을 쓴 이후, 정부와 기업 부문에 막대한 빚이 쌓여서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어쩔 수 없이 돈을 풀면서, 줄어들던 기업 부채가 다시 증가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기업부채 규모는 163.1%로 2019년 말(150.1%) 대비 13% 포인트나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기업부채가 GDP 대비 75.7%에서 83.5%로 7.8% 포인트 늘어난 것에 비춰 훨씬 가파른 증가세다. 결국 중국 정부가 디레버리징의 고삐를 죄면 죌 수록 증시는 위축된다는 것이 금융 업계의 시각이다. 미·중 갈등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점,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텐센트 등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중국 증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 증시가 당장 크게 반등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길게 보면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국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과 고용시장 전반이 아직 불안정해 중국 정부가 디레버리징의 수위를 과거처럼 높게 유지하기 어렵고, 백신 접종과 함께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가팔라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회에서 발표한 ‘신형 도시화’ 등의 대대적인 재정 투자가 하반기에 집중될 예정이고, 5G(5세대 이동통신)와 재생 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 방안이 조만간 윤곽을 드러낸다는 점도 장기적 전망을 밝게 하는 근거다. 한국투자증권 최설화 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이나 IT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등의 우려는 주가에 선(先)반영됐다고 본다”며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정부가 주식시장을 안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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