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지구를 위한 채권?.. 찍어내기 무섭게 완판되는 '녹색 채권' 아시나요

이태동 기자 2021. 5. 14.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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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시장서도 녹색 열풍

발행이 예고됐다 하면 순식간에 모집액이 채워진다. 수익률이 빼어나지 않은데도 너도나도 사겠다고 달려든다. 최근 몇 년 새 시장을 푸르게 달구는 녹색 채권(green bond) 얘기다. 채권 수익 전부 혹은 일부를 재생 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 등 친환경 사업에 쓰는 금융 상품이다.

녹색 채권 발행액은 2013년 146억달러(약 16조4100억원)에서 지난해 3053억달러(약 343조1500억원)가 돼 지난 7년 새 21배 가까이로 늘었다. 또 녹색 채권의 평균 수익률(금리)은 2018년 5월 7일 2.35%에서 작년 5월 5일 1.52%, 올해 5월 5일 1.06%로 3년 만에 반 토막 이하가 됐다. 채권 발행(공급)이 늘어나는 것보다 수요가 더 빨리 늘면서 그만큼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다.

◇발행액 1조 달러 돌파

녹색 채권은 2007년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 당시 유럽투자은행(EIB)이 약 8억 달러 규모의 ‘기후인식채권(Climate Awareness Bonds)’을 발행한 게 시초다. 이후 2013년 국제금융공사(IFC)가 10억달러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해 1시간 만에 ‘완판’ 기록을 세우고, 스웨덴 부동산 업체 바사크로난(Vasakronan)이 최초로 ‘녹색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시장 형성이 본격화했다. 지금까지 녹색 국채를 발행한 나라는 20여개다. 2016년 폴란드가 처음 발행했고 지난 3월엔 이탈리아도 발행했다.

한국에서는 2019년 정부가 5억달러 규모의 ‘녹색·지속 가능 국채'를 발행했고, 올해 들어선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녹색 채권 발행에 뛰어들었다. 녹색 채권 인증을 해주는 국제 민간단체 CBI(Climate Bonds Initiative·기후채권이니셔티브)는 지난해 12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행된 녹색 채권의 누적 금액을 1조달러(약 1124조원)로 집계했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재생 에너지 산업(35%)에 가장 많이 투자됐다. 이어서 저탄소 건축(26%), 친환경 교통 시스템 구축(19%)에도 비중 있게 쓰였다.

◇‘마케팅’ 때문에 사고판다

녹색 채권은 “수익성만 보면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 채권보다 가격이 비싼(금리가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발행 시 국제 기관의 인증을 받아야 하고, 수익 사용 내용도 공시해야 하는 등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이른바 ‘녹색 프리미엄(greenium)’이라 부르는 비용이다.

그럼에도 굳이 녹색 채권을 사고파는 이유는 “환경과 지구의 미래에 투자한다”는 명분을 얻기 위해서다. CBI는 “(참여자들이) 녹색 채권을 다룬다는 긍정적 마케팅 스토리를 보유하게 되고, 국제적 경영 윤리(ESG 경영 등)를 준수한다는 인정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녹색 채권에 투자하면 세금 혜택을 주기도 한다.

녹색 채권이 유명해지면서 너도나도 금융상품 이름에 ‘녹색’을 갖다 붙이자 “녹색 채권의 공통 요건을 정하자”는 말이 나온다. 현재는 발행 기관에 따라 친환경 사업의 정의와 투자 방식에 대한 규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해 친환경과 거리가 먼 기업이 이미지 세탁을 위해 녹색 채권을 발행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 현상도 벌어진다. 특히 중국에서 발행된 녹색 채권이 논란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신문은 “중국과 서구 선진국의 ‘녹색’에 대한 정의 사이에 불일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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