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는 금융혁신일까 금융위기일까

안상현 기자 2021. 5. 14.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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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등장한 건 2008년 말입니다. 세계 경제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 위기를 겪던 시기죠. 가상화폐의 싹은 전통 금융의 위기에서 솟아난 셈입니다. 비트코인 개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은행들은 신용 버블이라는 흐름 속에서 함부로 대출해 왔다”고 했습니다. 장삿속에 눈먼 금융기관들이 신용불량자에게까지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등 도덕적 해이가 판을 쳤고, 그 말로가 은행이 필요없는 가상화폐의 개발로 이어졌다는 점을 꼬집은 겁니다.

이렇게 보면 가상화폐 기반 금융 서비스인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는 가상화폐의 근본 취지를 잘 살린 금융 시스템입니다. 폐쇄적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진 금융기관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디파이 사용자들이 차지, 이자율과 운영 방식을 결정합니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거래를 자동 실행하는 ‘스마트 콘트랙트’는 공정한 서비스 이용을 보증합니다. 더 이상 금융기관의 욕망과 도덕적 해이를 경계할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디파이가 ‘전통 금융의 종말’이자 ‘금융의 신기원’이라고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디파이 시장에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닙니다. 지난 1년간 급격히 커진 이 시장에서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슷한 양상이 보인다는 점은 아이러니합니다. 최근 디파이 시장에선 다양한 가상화폐를 융합한 복잡한 파생상품이 쏟아지며 돈의 흐름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파생상품이 쏟아지며 위험이 커진 2008년과 비슷합니다. 디파이에선 게다가 신원이나 신용 확인 없이 담보(가상화폐)만 있다면 누구나 투자가 가능합니다. ‘금융 혁신’에 취해 맘껏 욕망을 발산하다 보면, 끝내 맞이하는 건 금융 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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