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ET 급락 원인 찾았다?.."외국인에게 韓공모주는 현금인출기"

강민수 기자 2021. 5. 14.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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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안상환 한국IR협의회 회장, 이천기 크레디트스위스증권 한국총괄대표, 박태진 JP모건증권 서울대표,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이기헌 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2021.5.11/뉴스1


외국인의 4000억이 넘는 순매도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3일 만에 30% 넘게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유독 낮은 의무보유확약 비율을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지적한다. 대어급 공모주 상장마다 반복돼온 외국인 대량 매도를 고려하면 예견된 결과라는 것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후 3일간 외국인은 SKIET 445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4268억원, 249억원을 사들인 것과 대조적이다.

공모주 상장 직후 외국인의 매도세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도 상장 첫날 개인은 298억원을 사들였지만, 외국인은 132억원을 팔아치웠다.

지난해 10월 하이브 상장일에는 외국인은 593억원을 순매도했고, 7월 SK바이오팜은 479억원을 순매도했다. 9월 카카오게임즈 상장일에도 62억원을 팔아치웠다.

특히 이번에 급락한 SKIET는 JP모건, 크레디트스위스가 주관사로 참여해 전체 배정물량(2139만주)의 44%(941만1600주)가 외국계 증권사로 배정됐다. 외국계 증권사가 주로 해외 법인 고객 등을 상대하는 점을 고려하면 SKIET의 유독 높은 외국인 매도물량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외국인의 대량 매물 출회가 가능한 배경으로는 외국계 기관투자자의 유독 높은 미확약 비율이 꼽힌다.

최근 공모주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는 15일~6개월의 의무보유확약을 내는 경우가 상당수다. 의무보유확약은 상장기업 등의 주식을 보유한 기관투자가가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하는 약속을 말한다.

보통 확약 기간을 길게 제시한 기관이 물량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인기 공모주의 경우 의무보유확약을 내건 기관의 비중이 높아진다. SKIET만 하더라도 배정받은 기관투자자 가운데 의무보유확약을 신청한 비중이 64.6%에 달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률에도 외국인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중은 낮은 편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상장한 시총 상위 10개사의 IPO(기업공개) 배정물량'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의무확약 보유비율은 평균 4.64%에 불과했다.

SK바이오팜의 경우 외국인 배정물량은 전체의 31%였지만, 의무보유확약을 내건 외국인의 비율은 0%였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는 외국인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15.62%로 그나마 높았지만, 전체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 비율(72.57%)보다는 훨씬 낮았다.

IB업계에서는 외국계 기관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자의 성향 차이라는 입장이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이전부터 외국계 기관은 의무보유확약은 없다시피 했고, 가격 제시도 안 하고 주문 단위만 들어올 정도였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대형 기관 위주로 확약을 거는 외국계 투자자가 생겼는데, 거의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IPO 담당자는 "펀드 규정보다 당국 요청을 우선하는 국내 펀드에 비해 해외 펀드는 투자자 우선인 성향이 강하다"며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IPO 시장에 참여하면 유동성이 묶인다고 생각해 확약을 잘 걸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외 법인고객 유치를 위한 영업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보통 공모주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다 보니 해외 기관 유치를 위해 배정을 많이 해주는 경향이 있다"며 "일부 증권사는 (외국계 기관 공모주 배정으로) 해외 기관 유치에 성공할 경우 팀이 다르더라도 수익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회사 입장에서 수익과 연관되다 보니 글로벌(해외법인영업) 팀이 외국계 기관의 배정을 추가로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통은 대형 딜은 증권사마다 자체적으로 국내와 해외 기관별 배정 비율을 정해놓는다"고 전했다.

미확약 비율이 높은 외국계 투자자의 단기 차익 실현이 공모주의 변동성을 불러와 개인과 국내 기관이 오히려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은 확약을 걸기에 상장 당일 매도를 하지 않는다"며 "국내 기관과 개인들이 치고받고 싸울 동안 외국계 투자자에게 한국 시장 공모주는 현금인출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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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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