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고 공격적인 아이, 뮤코다당증 의심해 보세요 [Weekend 헬스]

홍석근 입력 2021. 5. 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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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효소 결핍 희귀유전질환
7가지 유형 '효소대체요법'으로
발현 예방·근본적 치료 가능해져

#. 김모씨의 여섯 살 난 아들은 또래보다 키가 유난히 작으며, 무언가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대소변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반복적인 중이염으로 여러 번 병원을 방문했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가 희귀질환이 의심된다며 대학병원을 찾아가길 권유했고, 그렇게 방문한 병원에서 '뮤코다당증'을 진단받았다. 다행히 의사는 뮤코다당증은 여타 희귀질환과 달리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매년 5월 15일은 '세계 뮤코다당증 인식의 날'이다. 뮤코다당증은 세포조직에 있는 성분인 뮤코다당체(GAG)를 분해하는 효소의 선천적인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유전질환이다. 효소의 결핍으로 분해되지 못한 뮤코다당체는 세포 내에 축적돼 여러 조직과 기관에 문제를 일으키고, 환자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이름도 생소한 이 희귀질환은 질환 인지도가 낮은 탓에 진단이 매우 어렵다. 또한 대부분 출생 시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김 씨 아이의 사례처럼 증상이 수 년 이상 진행되고 나서 진단받는 환자들이 많다.

고정민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진단이 됐지만 치료제가 없어 치료 시도조차 못해보는 여타 다른 희귀질환과는 달리, 특정 뮤코다당증은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어 치료가 가능하다"며, "선천적으로 효소가 결핍돼 있는 환자에게 대체 효소를 주기적으로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을 통해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고, 조기에 진단해 치료할수록 효과적이기 때문에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키 작은 '저신장증' 대표적… 발달지연도

뮤코다당증은 결핍된 효소의 종류에 따라 7가지로 분류된다. 대표적으로 뮤코다당증 1형(헐러/샤이에 증후군)의 국내 유병률은 10만명당 0.21명(2017년 기준), 뮤코다당증 2형(헌터증후군)의 유병률은 10만명 당 0.74명이다. 환자 수는 1형이 약 110명, 2형이 약 380명 정도로 추정된다.

뮤코다당증 환자는 출생 시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이나 만 2~4세에 관절이 굳어지면서 구부러지는 관절구축, 탈장, 중이염 등이 나타난다. 특히 이 시기부터 성장 속도가 감소돼 뮤코다당증 환자의 70%가 저신장증을 보인다.

약 8세 이후부터는 정상 성장 범위를 벗어난 성장지연이 현저하게 나타나며, 사춘기 시기(평균 13세)에는 정상 또래 아이보다 평균 25㎝ 키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또한, 질환 특유의 독특한 얼굴 형태로 눈썹 뼈와 이마가 튀어나오고, 또래보다 큰 머리둘레를 보이며, 콧대가 낮고 넓으며 커다란 콧구멍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입술이 두껍고 큰 혀를 가지며, 목에 살이 많고, 손끝이 안으로 구부러진 갈퀴손의 형태를 띈다.

뮤코다당증은 앞서 언급한 신체적인 특징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발달지연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생후 2개월~ 25세의 제2형 뮤코다당증 환자 50명과 주변 인물 15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보호자가 최초로 발견한 뮤코다당증의 증상으로 △공격적인 행동 △집중력 저하 및 과잉행동 △수면 장애 △배변·배뇨 훈련의 어려움 등 발달 지연에 관한 문제가 있었다. 이는 대부분 뮤코다당증으로 인한 신경계 손상이 원인이었으며, 뇌 영상 검사에서 85%가 이상 소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뮤코다당증 환자의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만성 중이염은 진행성으로 청력을 감소시키고, 청각 문제는 환자의 언어 발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효소대체요법으로 치료…조기진단이 효율적

뮤코다당증은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 아니다. 조기에 진단한다면 일상생활까지도 가능한 질병이다. 현재 뮤코다당증 치료를 위해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치료법은 효소대체요법으로, 결핍된 효소를 대체해 그 역할을 보완하는 치료법이다.

과거에는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증요법만 존재했지만, 효소대체요법이 등장하면서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발현을 예방할 수 있어, 조기에 적절하게 질환을 관리한 환자의 경우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효소대체요법은 환자가 자체적으로 생성하지 못하는 효소를 환자에게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근본적인 방식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효소대체요법은 환자에 체중에 따라 투여 용량이 결정되며, 체중에 맞게 투여했을 때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뮤코다당증 7가지 유형 중 1형, 2형, 4형, 6형에 대한 효소대체요법 치료제가 도입돼 있다.

뮤코다당증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신생아선별검사(NBS)를 진행하는 것이다. 신생아선별검사는 정상 신생아를 대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희귀하지만 조기 진단 시에 더 좋은 경과를 보일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선별적으로 시행하는 검사다. 특히 뮤코다당증은 치료 시기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이기 때문에 신생아선별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이 더욱 중요하다. 뮤코다당증 진단 검사는 2018년부터 급여화돼, 환자 부담은 종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고정민 교수는 "뮤코다당증은 증상의 종류와 발현시기가 일정하지 않은 만큼 확진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면서 "질환과 관련된 비가역적 합병증이 발생한 이후에는 치료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진단이 우선 시 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뮤코다당증은 효소대체요법이라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나와있기 때문에 신생아 선별검사 등을 통해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비가역적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았을 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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