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삶과철학] 소크라테스 문답법

남상훈 입력 2021. 5. 1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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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문답법'은 소크라테스가 상대방의 무지를 일깨우는 목적으로 자주 사용했다.

어떤 개념이 무엇인지 상대방에게 묻고 대답하면, 그 대답이 적용되지 않는 반대 사례를 제시해서 난관에 빠지게 만든다.

그 영화의 선생들이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오해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 스스로도 이 문답법으로 많은 적을 만들어 내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니 꼭 오해했다고 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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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문답법’은 소크라테스가 상대방의 무지를 일깨우는 목적으로 자주 사용했다. 어떤 개념이 무엇인지 상대방에게 묻고 대답하면, 그 대답이 적용되지 않는 반대 사례를 제시해서 난관에 빠지게 만든다. 예컨대 정의(正義)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직하고 빌린 것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대답하면, 무기를 빌렸는데 돌려주기로 한 날에 빌려준 사람이 미친 상태가 되어 무기를 달라고 하면 돌려주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하면 미친 사람의 만행을 방조하게 되고, 돌려주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 스스로 정의롭지 못하게 된다.

소크라테스 문답법은 이렇게 상대방을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해서 자신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알지 못함을 일깨워 준다. 이 문답법은 현대에도 교육 방법으로 쓰인다. 1970년대의 유명 미국 드라마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나 2001년의 미국 영화 ‘금발이 너무해’를 보면 이 대화법이 나온다. 세상 어디에도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지만, 이 영화의 학생들도 이 교육 방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무지가 드러나 수치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영화의 선생들이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오해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 스스로도 이 문답법으로 많은 적을 만들어 내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니 꼭 오해했다고 볼 수도 없다. 상대방을 수치스럽게 하는 대화 태도가 문제가 아니라, 완벽한 정의를 못 한다고 해서 그 개념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비판도 있다. 우리는 결혼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정의하지 못한다. 예식장에서 식을 올려야 결혼인가, 혼인신고를 해야 결혼인가? 그렇다고 해서 결혼이 뭔지 모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소크라테스가 우리에게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가르친 것처럼, 우리도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무조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최훈 강원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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