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획]② "죽기 전엔 볼 수 있을까"..41년째 자녀 찾는 부모들
[KBS 광주]
[앵커]
80년 5월 27일 최후항전지인 옛 전남도청 앞에서 목격된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한 남자아이의 사연을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5·18 당시 희생된 걸로 추정되지만 시신조차 거두지 못한 10대 미성년자는, 인정된 것만 스무 명이 넘습니다.
오늘은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들을 잃고 41년 전의 시간에 머물러 있는 행불자 가족들의 한 섞인 목소리를, 김정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5·18 때 행방불명된 일곱살 이창현 군.
어느덧 여든을 넘긴 이 군의 아버지는 지금도 개구장이같던 아들의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이귀복/故 이창현 아버지 : "조그마했을 때부터 어디서 뭐 좀 아이들이랑 뭐 한다고 하면 그냥 자기가제일 대장이야. 자기가 제일 먼저 가서, 자기가 다 알아서 서두르고 다녔어."]
41년 전, 5월 19일.
양동 집을 나선 창현이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아버지는 십년 넘게 전국을 떠돌았습니다.
[이귀복/故 이창현 아버지 : "부모가 자식이 죽었는데 어디서 죽었는지도 모르고, 시체도 못 찾고... 지금 그 놈이 살아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짧게 깎은 머리의 사진 속 고교생.
5.18 당시 열일곱 살이던 임옥환 군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고향인 고흥에서 광주로 올라와 하숙생활을 하던 중 실종됐습니다.
계엄군을 피해 친구들과 조선대 뒷산에 올랐다 사라졌다는 목격담만 남았습니다.
[김진덕/故 임옥환 어머니 : "학교 다니면서 부모한테 부담 덜 준다고 남들 간다는 수학여행도 안 가고 신문 배달하고... 가방만 돌아왔습디다. 우리 아들 가방만 돌아와."]
어머니는 유일한 유품인 아들의 증명사진을 가방에 넣어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보며 안부를 전합니다.
[김진덕/故 임옥환 어머니 : "아들아 거기가 어딘인가는 모르겠는데, 꿈에라도 나타나서 '어디 있소' 그러면 찾아가겠어... 저승가서 다시 만나서 손잡고 나랑 잘 살아보자. 보고싶다. 아들."]
5·18 당시 행불자로 인정된 이들 가운데 10대 미성년자는 모두 스물 여섯 명.
어린 자녀를 가슴에 묻은 부모들은 죽기 전에 뼛조각이라도 찾을 수 있을지, 기약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촬영기자:정현덕
김정대 기자 (kongmye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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