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덮친 '이상 징후'..일시적 과열? 구조적 위기?
물가 상승률 13년 만에 최대
바이든의 4500조원 부양책
인플레이션 '부채질' 우려에
백악관 "정상화 과정" 주장
[경향신문]
코로나19로 추락했던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가파른 물가 상승 등 이상 징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 회복 속도는 기대보다 느리고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송유관 가동이 중단되면서 기름값도 들썩이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는 위축됐던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반면 구조적인 위기의 신호일 수 있다며 경기 과열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발표된 각종 통계는 미국 경제의 이상 징후를 보여준다. 노동부가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한 통계를 보면 4월 미국에서 증가한 비농업 분야 일자리는 26만6000개였다. 10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못 미쳤다. 실업률도 5.8%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전월 대비 0.1%포인트 오른 6.1%를 기록했다.
노동부가 11일 발표한 구인·이직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채용공고는 812만건이었지만, 실제 채용은 600만건이었다. 미국 언론들은 기업들이 원자재 부족과 노동력 부족 때문에 고용을 많이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자녀 보육 수단을 찾지 못하거나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직 일자리 복귀를 꺼리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점도 지적됐다. 공화당은 기존 실업수당에 더해 주당 300달러씩 얹어주는 코로나19 실업수당을 9월까지 연장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의식해 구직 노력을 거부하는 노동자에 대한 추가 실업수당 지원 중단 의사를 밝혔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미 노동부는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올랐다고 12일 밝혔다. 2008년 9월 이후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며, 4월 상승폭으로는 대공황 이후 최대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9%, 전년 동월 대비 3.0% 올랐다. 근원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 0.9% 상승한 것은 1982년 이후 최대다.
높은 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 때문에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데다, 비교의 기준인 지난해 4월 미국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6.4%로 집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민간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2분기 미국 GDP 증가율은 연율 8.1%로 예상된다면서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워싱턴포스트에 “몇 달 전 무슨 일이 있었든지 간에 현재 미국이 직면한 거시경제적 위험은 과열”이라면서 당국이 인플레이션 위험성을 인정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우려 심리가 확산되면서 뉴욕 증시는 3일 연속 하락했다. 이런 상황은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미국 일자리 계획’ ‘미국 가족 계획’ 등 총 4조달러(약 4522조원) 규모의 재정지출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화당은 막대한 재정지출이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끼얹을 것이라며 공세를 강화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현상이라면서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제러드 번스타인 백악관 경제자문은 “지금 같은 시기엔 데이터를 둘러싸고 막대한 잡음이 항상 있을 수 있다”면서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견딜 만한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견실한 성장은 2021년의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라며 “한두 달의 나쁜 통계가 그 반대 방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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