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산 구평동 산사태는 인재..국가에 90% 배상책임"

권기정 기자 2021. 5. 1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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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재로 성토 사면 관리 못해..유족 등에 35억 배상해야

[경향신문]

2019년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1부(임효량 부장판사)는 13일 구평동 비탈면 붕괴사고 희생자 유가족과 피해 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판결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유가족과 피해 기업들은 이 산사태가 단순 자연재해가 아니라 국가(국방부)가 연병장을 만들면서 폐기물(석탄재)을 이용해 성토한 사면이 붕괴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과 피해 기업 7곳이 감정평가를 토대로 제기한 소송의 총 피해 배상 청구금액은 39억원 상당이다. 재판부는 청구금액의 90%에 달하는 35억원 상당을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나머지 10%는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로 봤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의 경우 자연재해에 따른 책임 제한이 50%나 인정됐다.

이에 비추어 보면 구평동 붕괴사고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명백한 인재였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성토 사면(인위적 흙 쌓기 비탈면) 붕괴를 설치 보존상의 하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연재해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현장검증과 전문가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성토 사면 붕괴를 국방부가 점유한 시설물과의 연관성이 인정되고 배수시설 불량 등 설치 보존상의 하자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사망자 1명당 1억5000만원을 위자료로 지급하고 유족과 피해 기업에도 일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고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피고가 적극적으로 조성한 성토 사면이 붕괴한 사고”라며 “국가는 국민의 재산 및 안전을 보호할 헌법적인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2019년 10월3일 부산에 내린 집중호우 다음날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 사면이 무너져 주민 4명이 숨지고 산비탈 아래 있던 기업들이 수십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원인을 조사한 대한토목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도 일반적인 산사태가 아닌 성토 사면 붕괴사고로 판단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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