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무원들만 쉬는 '지방공휴일'..민간 참여 강제 못해 '반쪽 공휴일'

강현석·박미라 기자 2021. 5. 1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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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등 지자체 조례로 지정
학교·국가공무원 등은 제외
민원부서, 시민 불편에 출근
기업들도 대부분 참여 안 해
"갈등만 유발..제도 손봐야"

[경향신문]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오는 18일은 광주시가 지정한 ‘지방공휴일’이다. 이날 광주시와 5개 구청 공무원들은 1일의 ‘유급 휴무’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이 일하는 민간기업은 ‘5·18 공휴일’에 참여하지 않는다. “모든 시민이 일상을 잠시 멈추고 ‘오월 정신’을 되새기는 날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지만 지자체 조례로 지정된 이 공휴일은 민간 참여를 강제하지 못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지방공휴일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반쪽 공휴일’이 되고 있다. 정부가 2018년 지역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할 수 있는 날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이후 제주4·3 희생자 추념일과 5·18 기념일, 동학농민혁명 기념일(5월11일)이 공휴일로 지정됐다.

광주시는 13일 “5·18 기념일에 시청과 5개 구청, 시 산하 공공기관이 지방공휴일 휴무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지난해 5·18 기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지방 행정기관과 산하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5·18에 휴무하는 곳은 거의 없다.

지방공휴일은 자치단체의 조례로 지정돼 조례의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교육청과 각급 학교, 국가공무원, 민간기업은 휴무를 강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교육청과 학교, 국가공무원인 소방본부 등은 휴무하지 않는다.

광주시가 100명 이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지역 86개 사업장에 지난달 ‘5·18 공휴일 참여 권고’ 공문을 보냈지만 단 1곳도 참여하지 않는다. 광주시가 1대 주주로 참여해 설립된 상생형 일자리 사업장인 광주글로벌모터스도 노동자가 500명이 넘지만 18일 정상 근무한다.

지방공무원을 제외한 지역의 거의 모든 분야가 휴무하지 않으면서 공무원들의 상당수도 출근한다. 시는 시민 불편을 고려해 일반부서 20%, 민원부서 50%의 공무원을 출근하도록 하고 청사도 평소처럼 개방한다.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북 정읍시는 올해 처음으로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인 5월11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했지만 당일 모든 공무원이 정상 출근한다.

조례에 따르면 정읍시청은 이날 휴무했어야 한다. 정읍시 관계자는 “민간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청만 문을 닫을 경우 주민 불편 우려가 커 아예 휴무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9년 4·3 추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한 제주도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주도민이 함께 4·3 희생자를 추념하고 역사적 의미를 고양하기 위해 제정한 공휴일이 결국 ‘공무원만 쉬는 날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노동자들은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광주지회 관계자는 “지방공휴일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처럼 공무원만 의무적으로 휴무하도록 하는 방식은 사회 갈등만 유발한다”면서 “지역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현석·박미라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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