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당·청관계 관리' 모드로
임기말 당·청 갈등 차단..여당 주도 국정운영 변화 본격화
[경향신문]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물러난 것은 자진사퇴 형식을 띠긴 했지만,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 내 반대 의견을 수용해 지명을 거둬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임기 5년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이 역대 정부의 임기 말 당·청 관계처럼 갈등·대립 양상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청와대가 주도해온 당·청 관계와 국정운영이 여당 주도로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대해 “국민 여론이나 국회, 여당의 여러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박 후보자를 비롯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하고, 여당 내에서도 최소한 1명은 낙마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등 세 후보자 모두를 임명하는 데 대한 부정 여론이 커지자 이를 수용해 내린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세 후보자 지명 배경을 일일이 설명한 데 이어 11일에는 국회에 인사청문보고서 송부를 거듭 요청해 문 대통령이 3명 모두를 임명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다. 청와대 내에서도 “제기된 의혹들을 결격 사유로까지 볼 수 있느냐” “여론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지난 12일 3명 중 최소 1명의 지명철회를 공개 요구하고 당 지도부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자 청와대 기류도 달라졌다. 4·7 재·보궐 선거가 여권의 참패로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마저 ‘부적격’ 의견이 분출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원안대로 인사를 강행할 경우 여권 전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문 대통령으로선 인사 실패, 자질 논란 자체를 인정할 순 없더라도 당내 여론을 외면할 수 없었던 셈이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주말쯤 여당 의견을 들어보니 지도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고, ‘한 명 정도 사퇴는 불가피해보인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렸다”며 “대통령은 처음부터 ‘결론을 내놓고 임하지 마라, 여야 의견을 충분히 들어 판단하자’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여당내 이견은 물론 야당이 김부겸 총리후보자 인준 문제를 장관인사와 연계시킨 점을 고려해 처음부터 3명 모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임기 마지막 해를 맞는 문 대통령 입장에선 당·청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당시 임기말 당·청 관계가 ‘결별’ 수준으로 치닫고 결과적으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과정을 지켜본 문 대통령으로선 원활한 당·청 관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소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에 이번 과정에 대해 이견이 노출된 적이 없다”며 “당대표, 원내대표를 통해 들은 당내 여론과 대통령이 생각하는 판단 간 간극이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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