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하재영 [한정애의 내 인생의 책 ⑤]

한정애 환경부 장관 2021. 5. 1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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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인간, 공존을 꿈꾸며

[경향신문]

기후위기로 여름 같은 5월의 화창한 햇살이 쏟아지는 주말, 반려동물과 공원을 산책하는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고 행복해 보여서 참 좋다. 나도 한때 일상에서 이런 소소한 기쁨을 누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하재영 작가의 이 책을 읽고, 함께했던 ‘해피’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개들에 대해 충격과 함께 한없이 미안함을 느꼈다.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개로 태어나는 게 어떤 것이고, 어떤 현실에 처하는지 현장에서 보고 체험하고 느낀, ‘잔인할 뿐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2006년 ‘피피’를 처음 만났을 때 “내가 관심있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의 미래, 앞으로 어떻게 살까 하는 것뿐”이었다. 이후 개농장, 번식장, 보호소, 도살장에서 구조 활동을 취재하며, 사람과 닮은 동물의 고통을 방관하고 외면하는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동물의 희생을 전제로 삶의 많은 부분이 구성되어지는 우리에게 ‘동물은 어떤 존재인가?’ 그 질문을 던지기 위해 작가는 ‘개’를 선택했다. 개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을, 절대로 담담할 수 없는 그 논쟁을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얘기하며 담담히 풀어낸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무지와 개를 식용하는 문화에서 오는 잔인함으로 고통받는 동물에 대해 강한 연민이 생겼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그 도덕성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처럼, 한 사회 안에서 인간을 존중하는 태도와 동물을 존중하는 태도는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라는 이분법적 잣대가 아닌 생명윤리를 다시 생각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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