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쪽 국회' 재현한 김부겸 총리 인준 유감스럽다
[경향신문]
김부겸 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13일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처리됐다. 그에 앞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했다. 부인이 도자기를 밀반입한 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물러났다. 청와대는 “종합적으로 판단해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내린 결단”이라고 밝혔다. 자진사퇴 형식으로 문 대통령이 교통정리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국비 출장에 가족을 동반한 논란 등이 제기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며 반발하고 나서 김 총리 인준안은 제1야당의 퇴장 속에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새 총리가 ‘반쪽 국회’에서 뽑히는 볼썽사나운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여야의 정치력 부족과 협량이 개탄스럽다.
박 후보자의 낙마는 여권이 국민 여론과 여야 의견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회견에서 “국회 논의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세 ‘논란 장관’의 도덕적 흠결과 능력을 비교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3명 모두를, 정의당은 임·박 후보자를 부적격자로 재차 지목했다. 여당 초선 의원들도 “최소 1명 이상의 낙마”를 요구했다. 부정적 여론이 높고 여당에서도 집단의사가 분출되자 청와대가 자진사퇴를 결정한 것이다. 여권으로선 4·7 재·보선 참패 후 오만·독주를 반성하면서 민심에 부응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야당이 반대하고 문 대통령이 임명 강행한 인사가 29명에서 멈춘 첫 변곡점이 된 성격도 있다. 하지만 그 정치적 의미는 낙마자 한두 명을 두고 맞서면서 빛이 바랬다. 여야는 번번이 논란을 빚는 청문제도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김 총리 인준이 파행한 데는 보수야당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다음주 방미하는 문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국내에 없는 상황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마지막까지 여야의 대승적 결단을 압박했다. 적격성에 큰 시비가 없는 총리의 인준을 장관 후보자들과 연계한 것은 제1야당의 과도한 발목잡기와 정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 총리는 총리직 공석으로 생긴 국정 공백을 조기에 메우고, 야당과 소통하며 산적한 코로나19·민생 현안을 챙기기 바란다.
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14일 오찬 회동을 한다. 문 대통령은 결자해지하는 자세로 ‘청문회 난국’에 대한 인사권자로서 성찰과 박 후보자 1명만 사퇴시킨 배경을 국민 앞에 충분히 밝힐 필요가 있다. 여야는 경색된 청문 정국을 서둘러 풀고 민생국회에 진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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