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는 왜 故이선호씨 사망 CCTV를 공개했나
'공익적 목적 VS 선정주의' 의견 엇갈려… JTBC 측 "'피해자 중심주의'로 판단"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지난달 22일 경기도 평택항에서 일하던 이선호(23)씨가 300kg 철판에 깔려 사망했다. 한겨레는 지난 7일자 1면에 “300kg 철판에 깔린 아들, 아직 못 보냅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죽음에 대한 의혹 보도가 경쟁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1면에 배치했다.
한겨레 보도가 나온 당일 JTBC도 “300kg에 깔려 숨진 이선호씨…하청·재하청 '죽음의 사슬'”이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보도했다. 이후 JTBC는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연일 머리기사로 이 소식에 집중했다.
JTBC가 이씨의 죽음에 대해 집중보도하는 가운데, 당시 사고 CCTV 영상을 공개한 보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JTBC는 지난 11일자 “[단독] 300㎏ 쇳덩이 덮친 사고 현장…CCTV 영상 입수”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영상은 300kg 쇳덩이가 이씨를 덮치려고 하기 직전에 정지되고, 이후 쇳덩이에 깔린 이씨의 사고 현장에 사람들이 달려가는 모습이 나온다. 이어서 지게차가 쇳덩이를 들어 올리는 장면으로 끝난다. 전반적으로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가 됐다.
해당 리포트는 보도 직후 포털 다음에서 '열독률이 높은 뉴스 6위'에 올랐다. 열독률이 높다는 의미는 기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앞으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없길 바란다” “외국계 기업은 안전관리 교육을 정말 중요시하는데 우리나라는 허술하다. 기업들 반성하라”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정보를 위한 방송도 좋은데 자극적인 영상이다” “이 영상은 삭제하라” 등의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JTBC는 다음 날 '4살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던 길에 차에 치여 숨진 어머니 CCTV 영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JTBC는 지난 12일자 “'눈수술' 50대가 몰던 차에… 딸과 길 건너던 엄마 참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JTBC는 당시 CCTV 영상을 입수했지만, 가족의 뜻에 따라 또 영상을 보게 될 경우 아이가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보도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렸다.
JTBC가 고 이씨의 CCTV 영상을 공개한 이유는 뭘까. 이와 관련 김준술 JTBC 보도국장은 13일 미디어오늘에 “고 이선호씨 CCTV를 공개한 건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른 판단이었다. 당시 작업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또 작업 지시 등과 관련해 원청업체의 주장이 맞는지 등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물증이 CCTV라고 봤다”고 밝혔다.
'유족에게 동의를 얻은 점'도 강조했다. 김준술 보도국장은 이어 “보도를 하기 전엔 이씨 가족의 동의부터 받았고, 가족들도 진상 규명을 위해 보도해달라고 했다. 특히 '사고 당시 상황'이라는 본질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사고 순간의 화면을 동영상으로 처리하지 않고 바로 직전의 정지화면을 사용했다”며 “인천 횡단보도 사고도 '피해자 중심'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족 동의 여부'는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상이 갖는 잔혹성이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유족이 동의했다면 영상을 공개할 수 있다. 사고 영상을 공개하기 전 사람들이 얼마나 논의를 했는지가 중요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의사 결정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며 “다만 영상을 보여주기 전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경고성 멘트를 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사고현장 CCTV 영상을 보도할 땐 왜 영상을 공개하는지 명확히 말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론이 그냥 갖다 쓰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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