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자세히 봐야, 오래 봐야 예쁜"..야생화 연구회
[KBS 전주]
[앵커]
〈문화 K〉 시간입니다.
봄이 깊어지고 산과 들에 피는 야생화 향기가 짙어질수록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야생화를 사랑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인데요,
이들에게 야생화는 작은 풀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의미인지 함께 들어보시죠.
이화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돌멩이 틈에서도.
메마른 땅에서도.
작지만 강인합니다.
풀꽃의 생명력에 이끌려 산과 들을 헤매는 사람들을 따라가 봤습니다.
봄기운이 뒤덮은 숲 속을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들.
푸릇푸릇한 나뭇잎, 연분홍 꽃잎이 하늘을 뒤덮은 숲길에서도 땅만 쳐다봅니다.
가다 서고, 가다 서고. 그러다 주저앉아 사진을 찍습니다.
야생홥니다.
[류승철/야생화 연구모임 회원 : "오랜만에 친구 만나면 반갑잖아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해마다 보지만 늘 반갑고 그렇죠."]
야생화마다 품고 있는 이야기를 알면 더 재미있습니다.
[류승철/야생화 연구모임 회원 : "꽃말이 천국의 열쇠야. 천국에 가서 이 열쇠가 없으면 못 들어가는 거야. 이게 열쇠처럼 생겼잖아요."]
그리운 시절도 떠오릅니다.
[류승철/야생화 연구모임 회원 : "우와~ 비행접시가 날아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별이 쏟아져 내린 것 같기도 하고. 옛날엔 밤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았는데…. 그 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일상의 아름다움도 깨닫습니다.
[류승철/야생화 연구모임 회원 : "어디서나 흔히 보는 거지만 예쁘지 않아요? 우리는 이렇게 예쁜 꽃들이 피어 있는 것을 모르고 살아. 좀 앉아서 둘러보면 이렇게 예쁜데…. 우리 아파트 주변에도 자세히 보면 흔히 있는 것들이에요."]
한 계절 피는 야생화를 오래 보고 싶어 사진에 담을 땐 조심해야 합니다.
[최진효/야생화 연구모임 회원 : "인위적으로 인공 빛을 준다든가 이렇게 엎드려서 사진을 찍다 보면 이 밑에는 미생물부터 씨앗이 존재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면 여기가 결국 훼손돼버리죠."]
야생화 사진을 찍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오애숙/야생화 연구모임 회원 : "어! 노루귀 여기 흰색이랑 청색이 있네. 이파리 뒤에도 보면 흰털이 굉장히 많이 있어서 노루의 귀와 같다고 해서 노루귀라고 이름이 붙여졌는데…."]
야생화 사진을 어딘가에 올립니다.
[오애숙/야생화 연구모임 회원 : "저희가 식물을 관찰해서 그걸 올리면 식물의 서식지나 개체 수, 개화시기 또는 열매가 맺는 시기라든가 훼손 정도라든가 이런 것들이 전부 통계로 잡혀서…."]
기후변화에 따라 조사와 관리가 필요한 식물을 기록하는 생태지도를 만드는 데 참여하는 겁니다.
[오애숙/야생화 연구모임 회원 : "수많은 사람들이 올려 놓은 자료를 가지고 통계를 냄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아서 저희가 이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평소에 체감하지 못하는 기후변화, 환경 훼손의 심각성을 작은 풀꽃은 생존을 통해 겪어내고 있습니다.
[류승철/야생화 연구모임 회원 : "우리는 기후변화라고 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날이 좀 따듯해졌다 이 정도로 느끼는데. 같은 자리에서 피던 꽃이 지금은 15일 정도 빨리 피거든요."]
처음엔 그저 꽃이 예뻐서 시작한 모임.
이제는 사라져 가는 꽃들을 보존하고 기록하는 활동도 합니다.
[이종기/야생화 연구모임 회원 : "생태계에서 식물들이 없어지는 것은 우리 사람한테도 생물 다양성을 강조시키는 측면에서 봤을 때 굉장히 위험스럽고 안타까운 일이죠."]
풀꽃의 가치를 알리는 자원봉사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류승철/야생화 연구모임 회원 : "사라지는 종이 있다고 하는 건 내가 보고 싶은 그리움의 대상을 아주 영원히 못 보게 된다는 것이니까 굉장히 슬픈 일이고요. 그런 일이 우리 인간의 활동 때문에 없어진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우리와 더불어 사는 꽃.
하지만 땅 가까이에 있어 무릎을 꿇어야 볼 수 있는 꽃.
야생화를 만난다는 건 생명의 무게를 느끼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자세히 봐야 예쁜 야생화, 오래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은 시인뿐만이 아닙니다.
[류승철/야생화 연구모임 회원 : "아마 꽃을 몰랐으면 내 인생이 이만큼 풍요로웠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우리 집 사람한테 참 미안한데 저는 참 행복한 세월을 보낸 것 같습니다."]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촬영:VJ 이현권/편집:정영주
이화연 기자 ( ye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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