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510조 투자] 稅혜택·인력양성 '패키지 지원'.. 급한불 통상대책 빠져 아쉬움

박정일 2021. 5. 1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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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에 팹리스밸리 조성.. R&D 투자공제 최대 50%
수출·일자리 증가에.. 매출 기대효과 122조 달할 듯
화관법 인허가 규제완화 등 시급한 업계현안 해결안돼
삼성전자 평택 신규라인 전경. <삼성전자 제공>

정부가 13일 발표한 'K-반도체 전략'은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국 간 패권다툼 속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의 밸류체인 강화와 미래 성장기반 마련을 위한 '종합 선물세트'다. 세제혜택 등 각종 투자 유인책과 기술개발 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 단·장기 계획이 대부분 담겼다.

전략대로라면 국내 반도체 산업은 세계 1위인 메모리 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급변하는 시장 동향에 기민하게 대응할 만큼의 파격적인 지원책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미흡하다.

먼저 정부는 판교와 기흥~화성~평택~온양의 서쪽, 이천~청주의 동쪽과 용인을 연결하는 지역을 'K-반도체 벨트'로 명명해 집중 육성한다. 국내 반도체기업들은 올해 41조8000억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누적으로 51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민·관은 이 K-반도체 벨트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 첨단장비 연합기지, 첨단 패키징 플랫폼, 팹리스(설계) 밸리를 각각 구축해 기존의 제조 시설과 'K자형'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소부장 특화단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첨단장비 연합기지는 화성과 용인, 천안에 걸쳐 조성된다. 패키징은 평택, 천안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구축한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는 판교에 '한국형 팹리스 밸리'를 조성하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제2판교 내에 구축한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 센터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인공지능(AI)반도체 혁신설계센터'와 '차세대 반도체 복합단지'를 추가로 구축한다.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첨단 식각·소재 분야 등 단기간 국산화가 어려운 반도체 소·부·장 분야에서는 외국인투자기업 유치를 확대한다. EUV 장비 독점 공급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은 화성에 2400억원 규모의 교육훈련센터(트레이닝센터)를 짓기로 하고, 이날 투자 협약식을 진행했다. 세계 3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의 램 리서치는 생산 능력을 2배로 증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부지를 물색 중이라고 정부 측은 전했다.

정부는 이 같은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마중물을 마련했다. 정부는 일반 투자와 신성장·원천기술 투자로 나뉘는 조세특례제한법의 기업 대상 세액공제에 '핵심전략기술' 분야를 최상위 단계로 신설하기로 했다.

핵심전략기술의 R&D 투자 공제율은 대기업·중견기업 30∼40%, 중소기업 40∼50%로 기존 대비 10%포인트(신성장·원천기술 기준) 높아진다. 시설투자 공제율은 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로 기존보다 3∼4%포인트(신성장·원천기술 기준) 상향된다. 여기에 전년 대비 증가분에 추가로 제공하는 공제 혜택(4%)까지 더하면 시설투자 최대 공제율은 10∼20%로 더 높아진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2024년 투자분에 대해 적용하고 추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업계가 지원 확대를 요구해온 것에 거의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4년까지 투자분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 반도체 R&D 세액 공제는 대기업이 최대 30%, 중소기업은 최대 40%다. 시설투자 세액공제는 대기업의 경우 3%에 불과하다.

금융지원도 확대한다. 총 1조원 이상의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을 신설해 우대금리로 설비투자를 지원한다. 반도체 제조시설에 필수적인 용수 공급을 위해 용인·평택 등 반도체 단지의 10년 치 용수 물량을 확보하고, 반도체 관련 전력 인프라는 정부와 한전이 최대 50% 범위에서 공동 분담해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략이 차질없이 추진됐을 경우 연간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992억 달러에서 2030년 2000억 달러로 증가하고, 고용인원도 총 27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K-반도체 벨트의 규모는 총 420만평, 입주기업 수는 208개, 매출 기대효과는 122조원에 이른다.

반도체 강국인 대만의 신주 과학단지의 경우 면적은 약 400만평, 입주기업 수는 170여개로 알려졌다.정부의 이번 대책은 갈수록 격화되는 주요국 간 반도체 패권다툼에 대응해 K-반도체의 위상을 지키고자 마련한 것이다. 미국은 올해 1월 자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조금, 연구개발(R&D) 지원 등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을 발효했다. 3월에는 반도체 제조시설에 약 500억달러(56조5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역시 '제조2025'를 통해 반도체 기업의 공정 난이도에 따라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반도체 내재화 노력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가 '전략무기'로 부각되면서 반도체 경쟁이 기업 중심에서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대책이 나름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담은 것으로 높게 평가했다. 다만 규제개선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부는 반도체 생산설비 신·증설 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인·허가 소요기간을 50% 이상 단축(75일→30일)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기로 했으나, 화관법 규제 자체를 완화하진 않았다. 화관법 제정 당시 업계에서는 공정 물질 내역 공개 등을 이유로 기술 유출을 우려했었다.

핵심전략기술 관련 반도체 제조시설이 위치한 산단 등의 전력 인프라 구축 시 최대 50%(국비 25%, 한전 25%)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업계에서는 그보다 안정적인 탄소배출권 구매물량 확보 등을 요청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통상문제에 대한 대책이 빠진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어려운 상황은 이해하지만, 주요국의 통상·정책동향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은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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