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칼럼] 드러나지 않은 경제위기 가능성

2021. 5. 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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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前무역협회장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前무역협회장

어쩌다 우리나라가 백신후진국이 되어 코로나19에서 언제 벗어날지 예측도, 확신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헤매고 있지만 이 위기로부터는 언젠가는 벗어날 것이다. 우리가 이 위기의 본질을 알고 있고 이 위기의 진행과정의 중심에서 진행을 직접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 본질을 알면 언젠가는 헤쳐 갈 길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잠복되어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위기적 요소, 그 가능성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는 위기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대비를 시작해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세계적 규모의 위기적 요소는 첫째, 천문학적인 세계적인 빚잔치다. 최근 IIF(국제금융협회)는 코로나로 인해 작년 한 해 늘어난 세계 각국의 빚 17조 달러를 포함 2020년 말 현재 세계의 빚 규모를 277조 달러(약 30경)로 추산하고 있는데 3년 치의 세계 GDP를 훌쩍 넘어서는 천문학적 규모다.

둘째, 이미 확실한 경기확장세를 보이는 미국이 코로나 대응 차원에서 뿌려 온 유동성을 축소 내지 회수(소위 '테이퍼링')할 가능성과 이로 인해 대부분 개도국들이 겪을 영향 즉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이다. 한국경제도 이에서 자유롭지 않다. 제롬 파웰 미 연준 의장 등은 아직은 테이퍼링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이미 달라스 연준은행 총재는 그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살짝 비치기도 했으며 연준의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는 과열된 주식 등 자산시장에 대해 위험경고를 발하고 있다.

셋째, 미·중 갈등 심화의 경제적 측면인 글로벌 산업패권과 기술국가주의 경쟁의 과정과 결과다. 특히 중국이 이 경쟁을 견디지 못할 때 한국과 일본 등 중국과 밀접한 경제관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 미칠 영향은 크다.

이러한 세계적 규모의 위기적 요소로부터 받을 영향에 더해 우리경제에는 이미 구조적으로 많은 위기적 요소가 축적돼 왔다. 첫째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국가 약 1000조원, 가계 약 2000조원, 기업 약 2000조원 도합 약 5000조원, GDP의 약 2.6배에 달하는 거대한 부채의 규모와 최근 IMF가 경고를 발한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속도다.

둘째, 자산가격의 버블 현상과 이의 붕괴 가능성이다. 완벽한 실패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대책의 결과로 부동산 가격은 전국적으로 오를 대로 올라 거품현상이 심각하며 경제와 산업이 회복되기도 전에 이상 활황을 보이고 있는 증시도 심상치 않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되던 1990년 초를 연상케 한다.

셋째는 기업과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약화 현상이다. 정부는 경제의 침체를 모두 코로나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일부 잘 나가는 업종을 제외하고 한국의 대부분의 산업과 기술의 경쟁력은 오래 전부터 정체기를 겪고 있다.

이런 상항에서 앞에서 이야기한 세계적 수준에 있어서 위기의 가능성이 현재화되어 우리도 그 영향권에 들거나 우리경제에 내재된 구조적인 위기적 요소가 폭발하거나, 이 두 가지가 동시적으로 진행될 때 우리경제가 과연 닥칠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회복력을 가질 것인가? 우선 위기 대응의 최후의 보루인 재정 건전성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재정준칙의 제정은 이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생각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다음으로 글로벌 산업, 기술 패권주의적 국가경쟁에서 우리나라가 강력한 산업경쟁력으로 중요한 위치를 계속 확보해나가지 못하면 위기를 당했을 때 기업의 대응력은 중대한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이 정부 들어와서 무수한 기업규제 제도와 법안의 양산 속에서 기업 생태계의 전반적인 복원과 강화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기업규제 관련 인식도'조사(벤처협회·전경련·중견기업연합회 공동실시)에서 대부분 기업들은 반시장적 정책기조의 전면 수정이 기업 생태계 복원의 전제조건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건전재정 기조 위에서 '시장기능'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존중, 즉 시장에 대한 정부 역할의 적절한 정립과 기업 내지 기업가가 중심에 서는 경제구조의 구축만이 한국경제가 앞으로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확실한 길을 옆에 두고 한사코 길 아닌 데로 가고 있는 이 정부를 보면서 착잡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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