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무마하려 조국까지 나서"

류영욱 2021. 5. 1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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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광철, 법무부에 "이규원 수사받지 않도록 해달라"
이성윤, '불법출금' 뒷수습 드러날까 수사 무마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드러나나..李 "수사 지휘·보고 회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들도 법무부에 수사 무마를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일 기소된 이 지검장 공소장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2019년 6월 이규원 검사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가짜 사건번호를 이용해 김 전 차관을 불법 출국금지한 혐의로 자신을 수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이를 알렸고, 이 비서관은 조 전 장관(당시 민정수석)에게 전하며 "이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 이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얘기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이를 전했다.

이에 윤 국장은 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있던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에게 "김학의 긴급 출국금지는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 , 서울동부지검 검사장 승인 아래 이뤄진 일인데 왜 이 검사를 문제 삼아 수사하느냐"며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이 지청장은 이후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검사와 수사팀에게 "추가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사건에 개입했다고도 판단했다. 박 전 장관은 안양지청 수사팀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부터 보고 받자 윤 국장을 불러 "내가 시켜서 (법무부)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고 질책하며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검찰은 이 지검장이 불법 출국금지 당시 이를 뒷수습하고, 뒷수습이 발각될 것을 염려한 것도 수사를 무마한 배경이라고 봤다. 수사팀은 "이 지검장이 이규원 검사의 범죄행위 수습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을 뿐 아니라, 그 조처의 불법성까지 인식하고 있었다"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자신의 관여 사실도 드러나게 될 것을 염려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안양지청 수사팀에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이날 수원지검 수사팀은 윤 국장, 이현철 지청장, 배용원 차장 등 당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사실을 알게되면 이를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

한편 이 지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이 수사 중인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수사를 회피하며 지휘·보고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이 회피한 이유는 그의 기소 사건과 '기획사정 의혹'이 긴밀히 연결됐기 때문이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이규원 검사가 2019년 일부 언론에게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허위 면담 보고서를 유출한 혐의 등 당시 진상조사단이 여론 형성을 위해 기획사정을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윤씨는 김 전 차관에게 별장 성접대한 혐의를 받았는데, 이를 통해 재조사 여론이 조성되고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재조사가 진행됐다. 수사팀은 당시 드러난 '버닝썬 사건'에 경찰 고위간부가 연루되자 청와대가 여론을 돌리기 위해 김 전 차관 사건 재조사를 부각시켰는지 여부를 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 이 사건과 불법 출국금지 사건이 청와대의 기획사정 추진 과정에서 나온 불법 행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광철 비서관은 불법 출국금지 당시 이규원 검사와 차 본부장을 연결하는 등 사안을 주도한 혐의로 수사대상에 오른 상황이다.

대검은 이 지검장 혐의가 감찰·기소에 해당하는 지에 대한 검토도 착수했다. 징계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면 대검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 이 지검장 직무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검사징계법 8조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면직·정직 사유에 해당해 징계 청구가 예상되는 검사의 직무정지를 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 이 지검장이 헌정 사상 최초로 피고인 중앙지검장 신분이 됐지만, 박 장관은 그를 직무배제하거나 인사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검이 직무정지 요청할 수 있는 정식 절차를 밟아 박 장관 결정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검사가 직무배제 조치될 사안으로 수사가 진행되면 법무부는 해당 검사를 타 기관에서 대기하도록 인사조치 해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채널A 부적절취재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인사조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박 장관은 이날도 "(직무배제는) 쉽게 결론 낼 문제가 아니다.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수원지검이 이 지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한 것에 대해 "관할을 맞추기 위한 억지춘향"이라고 비판했다. 수원지검은 전날 이 지검장 주거지가 서울이란 점과 앞서 중앙지법에 기소된 이규원 검사 사건 등과 병합하기 위해 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중앙지법에 기소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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