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헬멧을 가지고 다니라는 건가?".. 무면허 킥보드 단속 첫날, 당황한 시민들

박지영 기자 2021. 5. 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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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서 만난 킥보드 이용자들, '노헬멧' 씽씽
"안내문이라도 붙이지" "헬멧 부착해야" 불만도
오늘부터 킥보드 탈 때 헬멧을 써야 한다고? 전혀 몰랐다.

13일 서울 신촌 연세로에서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전동 킥보드를 타려던 대학생 김모(26)씨는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는 말을 듣자 당황한 기색으로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평소 뉴스를 자주 검색하지 않아 킥보드 관련 법이 바뀐 것을 몰랐다”며 “킥보드가 여러 대 정차돼 있는 곳에 안내문이라도 붙여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부터 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타거나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이용하는 행위 등을 제재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그러나 법 시행 첫날 만난 많은 킥보드 이용자들 가운데 해당 내용을 제대로 숙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이용하면 10만원의 범칙금을 내게 된다. 또 헬멧 등 인명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전동 킥보드를 타게 되면 2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만약 두 명 이상이 함께 전동 킥보드를 같이 타면 4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공유 전동 킥보드가 신촌역 인근에 줄지어 서있는 모습. /박지영 기자

이날 신촌 일대에서는 여느 때처럼 대학생처럼 보이는 여러 사람들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질주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헬멧을 쓴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헬멧을 쓰지 않은 채로 전동 킥보드를 타는 시민./박지영 기자

시민들은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며, 제대로 바뀐 법이 안내가 되지 못한 데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몇몇 사람들은 헬멧을 외출할 때 휴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유 킥보드에 헬멧을 부착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새 도로교통법을 따르기 위해선 가방 안에 헬멧을 넣고 다녀야 되는 것 아니냐”며 “헬멧을 공유 킥보드에 부착하지 않는 상황에서 헬멧을 쓰라고 하는 건 킥보드를 아예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실제 신촌역 인근에 있는 공유 전동 킥보드를 살펴본 결과 헬멧이 부착되어 있는 전동 킥보드는 한 대도 없었다.

면허증 소지 여부와 헬멧 착용 여부만 범칙금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도에서 전동 킥보드를 운행하는 것 또한 범칙금 부과 대상이 된다. 인도에서 전동 킥보드를 운행하다 적발될 경우 4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신촌의 주요 도로는 통행량이 적은데다 중앙 도로 역시 버스 전용 차로로 운행돼 대부분의 전동 킥보드 이용자는 차도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기업과 사무실 등이 몰려 역시 킥보드 이용량이 많은 강남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는 헬멧이 부착된 공유 킥보드를 볼 수 있었지만, 제대로 착용을 하고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헬멧이 부착된 전동 킥보드와 부착되지 않은 전동 킥보드. /박지영 기자

한 시민은 전동 킥보드 핸들에 헬멧을 매달고 있었지만 정작 쓰지는 않은 채로 전동 킥보드를 운행하고 있었다. 인도에서 킥보드를 타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13일 한 시민이 강남역 인근에서 헬멧을 쓰지 않은 채로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다. /박지영 기자

강남역 인근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박모(30)씨는 “인도에서 킥보드를 타면 범칙금을 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강남은 차량 운행이 많고 빠르게 질주하는 차도 많아 차도에서 킥보드를 타기 위험하다”고 말했다.

전동 킥보드를 타기 위해 어떤 면허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직장인 이모(28)씨는 “대중교통만 이용해왔기 때문에 운전면허를 따지 않았고 앞으로도 딸 생각이 없다”며 “얼마 전 장만한 전동 킥보드를 다시 팔아야 되나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앞으로 전동 킥보드 등을 타기 위해선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원동기 면허)’ 이상의 운전 면허증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조건이 원동기 면허 이상인만큼 2종 자동면허, 1종 보통면허 등의 운전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다면 전동 킥보드 운행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만 13세 이상이면 면허 없이도 전동 킥보드 운행이 가능했지만, 원동기 면허는 만 16세 이상만 취득할 수 있는 만큼 오늘부터는 만 16세 이상만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다.

만약 만 13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전동 킥보드를 타다 적발될 경우 부모나 보호자에게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경찰 관계자는 “전동 킥보드 단속은 그 자리에서 적합한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13일부터 한달간은 계도 위주로 운영할 방침이지만 전동 킥보드를 위험하게 운행한다는 판단이 들면 단속해서 범칙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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