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의 해직교사 특채는 공익적 정의다

한겨레 2021. 5. 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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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의 어느 등교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채 얘기다.

우리 선거법 등은 교사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

민주화운동, 사학비리 공익제보 등으로 해직된 교사들에게 교실을 돌려주는 기능을 해온 특채 제도를 무력화하고자 2016년 박근혜 정부가 '공개채용 절차'를 덧붙였음에도, 사립 교사의 공립특채와 위 특채가 완전히 다른 종류임에도, 감사원과 공수처는 이를 모르는 척 절차에만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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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 박은선ㅣ변호사·전 고교 교사

중학생 시절의 어느 등교일. 교문 앞에서 육성회 엄마들과 교장선생님 등이 빨리 들어가라고 우리를 재촉했다. 그분들 뒤엔 붉어진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토론수업을 하고 차별하지 않는, 하나같이 ‘우리가 좋아하는 선생님들’이.

1교시부터 자습이었다. 그 선생님들이 교실에 들어오지 못한 탓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는 뉴스를 통해 알았다. 전교조라는 불법단체에 가입한 교사들이 전국적으로 해직됐다고 했다. 아버지는 “저런 빨갱이들! 선생들이 무슨 노조야!”라고 하셨다. “우리 선생님들 빨갱이 아니야!” 나는 대들었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따귀를 맞았다.

1994년 교사들의 노조 결성·가입권이 인정되며 내 아버지와 같은 말은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생들이 무슨’ 하며 교사에게 금지된 권리가 엄연하고, 그로 인해 해직된 교사들도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채 얘기다. 이들의 해직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과 관련된다.

해직의 직접 사유는 ‘정치 활동’이다. 우리 선거법 등은 교사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관련 행위들을 했다. 왜일까. 바른 교육을 실현할 정치권력의 탄생을 소망했기 때문이다. 국민 전체의 봉사자요 미성년자를 가르치는 교사라면 그런 소망 참는 희생쯤 감수했어야지? 하지만 그건 희생이 아니다. 공적 업무 종사자가,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킨 채 그저 성실하기만 하면 시민을 괴롭히는 정치권력의 손과 발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행동했다. 학교 서열과 경쟁 교육을 심화하는 교육정책 아래에서 교사는 교육자가 아닌 조련자가 될 것을 알기에, 교육다운 교육을 실현할 정치권력 창출에 힘을 보태려 했다.

그 과정에서의 해직은, 대한민국에서 ‘감히 교사가’ 정치적 기본권을 추구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실 이들은 교원단체의 선거자금 대여 안내 등을 할 때 선관위 자문을 받으며 최대로 ‘합법’을 추구했다. 그럼에도 관련 재판에서 법원은 “선관위 유권해석을 받아 진행한 일”이라면서도 “단체가 선거자금 대여를 권유한 것은 불법”이라며 유죄를 선언했다.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 보장을 규정한다. ‘제한’이 아닌 ‘보장’이다. 1962년 헌법 개정 당시 정치권력이 교사들을 동원하는 등 교육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중립 ‘보장’을 규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선거법은 그 취지를 반대로 해 교사들이 학교 밖에서까지 정치적 무권리자로 살 것을 강요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우리만 이렇다. 유럽에선 교사의 정치적 권리가 완전히 보장되고, 미국과 일본은 약간 제한할 뿐이다. 미국 교원단체는 선거자금을 기부하며 오바마 선거운동을 했고, 독일 국회의원의 직업 중 법조인 다음으로 많은 것은 교사다.

조희연 교육감이 국회에 있었다면 악법 개정에 나섰겠지만, 교육감인 그는 특채로써 자신의 역할을 하려 했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수사 대상이다. 민주화운동, 사학비리 공익제보 등으로 해직된 교사들에게 교실을 돌려주는 기능을 해온 특채 제도를 무력화하고자 2016년 박근혜 정부가 ‘공개채용 절차’를 덧붙였음에도, 사립 교사의 공립특채와 위 특채가 완전히 다른 종류임에도, 감사원과 공수처는 이를 모르는 척 절차에만 집착한다.

‘뭣이 중한지’ 헷갈리지 말자. 바른 교육을 위해 실천하다 해직된 교사들이다. 해직의 이면엔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침해가 놓여 있다. 이들에게 교실을 돌려주는 일은, 교육적 실천에 대한 공익성 인정이자 교사들이 더는 정치적 무권리자일 수 없다는 선언이다. 수사 대상, 더욱이 촛불로 설치한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도 교육적이고 너무도 공익적인 ‘정의로운’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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