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발치는 투서·제보에 몸살 앓는 軍..'땜질 처방' 벗어나야

김정근 기자 2021. 5. 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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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 문제서 軍 부조리 확산..관행·문화 고쳐야
구시대적 '軍 문화'..신세대 군 장병은 못 참는다
서욱 국방부 장관. 2021.4.2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연일 빗발치는 투서와 제보에 군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제보 내용도 의식주 문제에서 군내 부조리로 확산하는 상황. 이에 '땜질실 처방' 보단 쇄신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격리장병 처우논란과 관련해 군은 '급식 개선'과 '시설 보수'·'중대단위 휴가'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육군훈련소 내 '과잉 방역'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조치하겠다며 개선 의지를 보였다.

그럼에도 군 내부 문제점을 고발하는 투서와 제보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내용도 초기엔 의식주에 국한됐지만, 최근엔 군의 잘못된 관행이나 문화 등을 꼬집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례로 이달 2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엔 본인을 22사단 소속 병사라고 소개한 누리꾼 A씨가 운동 경기 중 군 간부에게 오른쪽 무릎을 가격당해 슬개골이 골절됐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A씨는 "가해 간부가 '둘이 남자답게 해결하자'며 신고를 막으려는 행위를 했다"면서 "중대 행정보급관은 자기들이 알아서 잘 해결하겠다며 신고를 막았다"고 폭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육군 22사단장은 "간부들의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 있었다"며 해당 간부는 조사 후 형사 처리 절차를 밟게 될 거라고 설명했다.

'육군훈련서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22사단 용사 폭행사건 제보.('육대전' 페이스북 갈무리)© 뉴스1

다음날인 이달 3일엔 발목을 크게 다친 육군 병사가 군내 가혹행위와 군 병원의 오진 등으로 상태가 악화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이 병사는 발목 통증을 호소했으나 부대로부터 두 달 가까이 꾀병이라고 묵살당했고, 수술 이후에도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를 받지 못해 현재는 혼자서 걷기도 힘든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해당 사건에 '유감'을 표하며 "장병 진료 지원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 대책을 지속해서 강구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군과 관련한 제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지만, 대다수 누리꾼은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크게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군대를 경험한 세대들은 '문제가 될 줄 알았다'는 분위기다.

군 안팎에선 달라진 시대·환경에 군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가 발생하면 내부에서 조용히 해결하고, 계급에 따른 부조리를 당연시하던 과거 '군대 문화'가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와는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육군 제공) 2020.11.19/뉴스1

이 같은 '군대 문화'에 반발하는 건 병사들뿐 아니라 젊은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의 '농담성 훈시'를 문제 삼은 건 해당 훈시를 듣고 있던 젊은 신임 간부 중 한 명이었다.

지난 21일 남 총장이 신임 장교를 대상으로 한 훈시에서 "여러분들이 여기서 못 나가고 있을 때 여러분들 여자친구, 남자친구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을 것"이란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를 들은 신임 장교들은 훈시가 끝난 뒤 대부분 분노했다. 해당 사건의 제보자는 "신상이 노출될까 봐 두렵다"면서도 "군 장성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잘못된 성 인식과 언행을 고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유로 용기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는 "교육생(신임 장교)들이 경직돼 있어 마음을 다독여 주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친구'를 예로 들어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언행을 두고 단순히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용도'라는 설명에 또다시 반발이 일었다.

최근 군은 해명을 위해 사실확인에 급급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제보가 쏟아지는 상황 속 군에선 당장의 해결책을 고민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에 군이 외부로 드러난 문제를 하나하나 처리하기보단, 쇄신에 가까운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된다. 조직에 대한 무조건 '충성'보단, 문제가 생길 시 해결에 집중하는 젊은 장병의 인식에 군이 따라갈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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