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옥과 사랑에 빠진 미국인, 한옥에 잠들다

서정민 2021. 5. 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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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보다 한옥을 더 사랑한 '한옥 전도사' 미국인 피터 바돌로뮤가 12일 새벽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한옥 자택에서 별세했다.

1970년대 초 한국에 정착하기로 결심한 그는 잠깐 서울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긴 했으나, 1년도 안돼 성북구 동소문동에 있는 한옥을 샀다.

2004년 서울시가 동소문동 일대 재개발에 나서면서 자신의 한옥을 포함한 한옥 60여채가 헐릴 위기에 처하자 그는 주민들과 함께 철거 반대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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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바돌로뮤, 12일 동소문동 한옥 자택에서 별세
피터 바돌로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인보다 한옥을 더 사랑한 ‘한옥 전도사’ 미국인 피터 바돌로뮤가 12일 새벽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한옥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76.

1968년, 20대 청년이었던 그는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아 강원도 강릉 선교장에 머물면서 한옥의 우아한 멋에 매료됐다고 한다. 선교장은 1967년 국가민속문화재 제5호로 지정된 고택으로, 조선시대 사대부 가옥 형태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조선 후기 지은 99칸짜리 한옥으로 강릉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 한국에 정착하기로 결심한 그는 잠깐 서울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긴 했으나, 1년도 안돼 성북구 동소문동에 있는 한옥을 샀다. 그는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40년 넘게 그곳에 거주하며 한옥의 매력을 널리 알렸다. 2004년 서울시가 동소문동 일대 재개발에 나서면서 자신의 한옥을 포함한 한옥 60여채가 헐릴 위기에 처하자 그는 주민들과 함께 철거 반대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2006년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40년 가까이 대한민국 개발사를 지켜봤다”며 “무조건 헐고 서울에서 목포까지 온 나라를 똑같이 생긴 고층 아파트들로 채우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멀쩡한 한옥들을 없애는 것을 보면 눈물이 난다”고도 했다.

바돌로뮤는 2010년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받았고, 2012년엔 당시 문화체육부(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옥의 가치를 알리고 지키는 데 기여한 공로로 세종문화상 한국문화 부문을 수상했다. 1980년대 경제적으로 어려운 외국인 유학생에게 빈방을 무료로 내준 일화는 유명하다.

바돌로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동소문동 한옥은 주인을 잃게 됐다. 독신인 고인의 장례는 지인들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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