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시진핑식 '늑대전사 외교'가 中 젊은층 사로잡은 이유

황남경 인턴기자 2021. 5. 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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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식 ‘전랑(늑대전사·戰狼) 외교'가 중국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고 있다고 일본 닛케이아시아가 13일 보도했다. ‘전랑 외교'는 중국 외교관들이 상대국을 향해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며 공격적인 외교전을 펼친다는 뜻으로 중국 매체와 커뮤니티에서 쓰기 시작한 용어다.

지난주 영국에서 개최된 G7 외교장관 회담의 사진에 120년 전 중국을 침략한 8개국 연합군을 합성한 사진. /웨이보 캡처
지난주 영국에서 개최된 G7 외교장관 회담의 사진에 120년 전 중국을 침략한 8개국 연합군을 합성한 사진. /웨이보 캡처

닛케이아시아는 한 중국 만화가의 그림을 통해 시진핑의 전랑 외교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그림은 스스로를 ‘늑대 화가’라고 부르는 우허치린(乌合其麟)이 지난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한 것이다.

해당 그림은 지난주 영국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담의 사진에 120년 전 중국을 침략한 8개국 연합군을 합성한 것이다. G7 회담의 성명서에 ‘중국 인권침해, 홍콩 문제’를 비판하는 발언이 포함되자 120년 전의 사건을 소환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허치린은 그림을 올리며 “이들이 중국을 탄압한 게 1900년. 120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고 적었다.

1900년 청나라에서 벌어진 ‘의화단 사건’은 중국이 외세에 대항한 반제국주의 운동이다. 운동이 폭력적인 양상으로 진행되자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8개국 연합군이 청나라를 침략했고, 그 결과로 청나라는 엄청난 배상의무를 지게 됐다. G7 회담에서 나온 발언을 중국에 대한 탄압으로 여긴 셈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그림에 대해 “30만개 이상의 ‘좋아요’와 2만7000개 이상의 리트윗을 받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 관리들은 이런 ‘늑대 화가’를 전략적으로 적극 활용한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월 일본 풍속화를 패러디한 그림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가 일본 정부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림에는 방호복과 방독면을 착용한 사람들이 바다에 원자력 폐수를 쏟아 붓는 모습과 후지산 위에 묘비처럼 보이는 십자가가 꽂혀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일본 외무성이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자 자오 대변인은 “그림은 정당한 민의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지난해 트위터 계정에 호주 국기를 배경으로 호주 군인이 어린이의 목에 피묻은 칼을 들이댄 이미지도 올리며 문제가 된 바 있다.

외교적 결례를 일삼는 전랑외교에 중국 청년들이 열광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5년 전 ‘서구를 낮게 본다’는 답변은 18.4%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1.7%에 달한다. ‘서구를 우러러본다’는 답변은 37.2%에서 8.1%로 급락했다.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한 익명의 중국 지식인은 “젊은이들 사이에 중국은 이제 크고 강하니 힘으로 서방 국가와 일본에 대항해야 한다는 견해가 널리 퍼져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나카자와 가쓰지 닛케이아시아 선임기자는 중국의 전랑외교에 시진핑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집권을 위한 환경을 조성한 시진핑이 공격적인 외교로 중국의 힘을 과시하여 젊은 청년들의 마음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가쓰지 선임기자는 “사방에 적을 두는 것은 외교의 실패다”라는 중국 공산당 내 외교관 출신 인사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또 “중국 공산당 내에서도 전랑외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라며 “그럼에도 시진핑이 다른 나라를 협박하고, 청년에게 ‘애국’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라고 했다.

실제로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막을 법률적 장치는 없다. 2018년 3월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에 관한 임기 규정을 삭제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산당도 총서기직에 관한 임기 기한을 규정해 놓고 있지 않다. ‘중국판 대선’도 내년으로 다가왔다. 닛케이아시아는 “스스로를 늑대라 칭하는 젊은 세대의 열광적 지지는 2022년 전국대표자대회에서 연임을 넘어 장기집권을 꿈꾸는 시진핑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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