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특수 사라진 스승의 날.. 된서리 맞은 화훼시장 [밀착취재]

배소영 2021. 5. 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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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매출을 바짝 올려야 일 년을 버티는데 걱정이 태산이죠."

화훼시장의 연중 대목 중 하나인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경북 예천군 화훼직판장.

김씨는 "스승의날(15일)은커녕 어버이날(8일) 못다 판 카네이션이 창고에 가득 쌓여 있다"면서 "화훼산업에 종사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요즘처럼 힘들 때가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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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구시 수성구 한 꽃집에서 선물용 카네이션 바구니를 만들고 있다. 
“이맘때 매출을 바짝 올려야 일 년을 버티는데 걱정이 태산이죠.”

화훼시장의 연중 대목 중 하나인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경북 예천군 화훼직판장. 이곳은 5월 가정의 달이 되면 활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싱싱한 꽃들로 가득해야 할 꽃 냉장고가 텅텅 비어 있었고 직판장 주인 표정도 어두웠다.

김모(50대)씨는 가뜩이나 국내 화훼시장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위태로운데 코로나19 여파로 고사 직전에 놓였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김씨는 “스승의날(15일)은커녕 어버이날(8일) 못다 판 카네이션이 창고에 가득 쌓여 있다”면서 ”화훼산업에 종사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요즘처럼 힘들 때가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시 수성구 한 꽃집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2년 전 개업한 허은진(29)씨는 “꽃은 생필품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에 따라 매출이 크게 좌지우지된다”며 “스승의 날을 앞두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체적인 소비가 위축되면서 주문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스승의날을 대표하는 ‘카네이션’ 특수가 사실상 사라졌다. 화훼시장의 불황의 그늘이 짙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접촉을 꺼리면서 어버이날은 물론 스승의 날마저 카네이션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화훼시장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서울 남대문 꽃 도매상가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꽃다발이 사라진 비대면 졸업식과 입학식은 물론 줄취소된 지역축제 등도 화훼시장 경기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 때문에 폐업 절차를 밟는 꽃집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운영하는 화훼공판장의 이달 1~6일 카네이션 거래량은 6만607속이었다. 1속은 한 묶음으로 품종에 따라 10~20송이다. 1년 전 같은 기간 거래량인 7만6151속과 비교하면 20.4%나 감소했다.

화훼 재배면적도 줄었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화훼 재배면적은 2017년 290만2692㏊에서 2019년 258만2724㏊로 떨어졌다. 3년 사이 31만9968㏊의 화훼 재배면적이 사라진 셈이다. 소비 부진이 극으로 치달은 데다 값싼 중국산 꽃 수입마저 늘면서 화훼 재배면적이 크게 줄었다. 

출하량 감소에다 소비 부진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2∼3년 전만 해도 스승의날을 앞둔 꽃집 안팎에는 카네이션을 사려는 손님이 줄을 이었지만 이젠 자취를 감췄다. 경북 경산시 하양읍에서 농원을 운영하는 윤모(40)씨는 “그나마 있는 고객도 금방 시드는 생화보다 싸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조화, 비누 꽃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그나마 근근이 버티던 근처 농원도 하나둘 문을 닫고 휴업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올해 1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화훼시장의 활기를 꾀한다. 경북도 친환경농업과 관계자는 “화훼 작물 직거래 활성화와 꽃 박람회 참가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화훼농가를 지원하고 있다”며 “가정의 달을 맞아 고마운 사람에게 꽃 한 송이를 선물하면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고 화훼 농가에도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예천=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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