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 빗겨선 도요타, 질주 비결은 [도쿄리포트]

조은효 2021. 5. 1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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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공급대란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덮친 지난 1·4분기에 일본 도요타가 약 8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내며, 경쟁사인 독일 폭스바겐을 2배 이상 따돌렸다.

실제, 차량용 반도체 부족사태가 본격화된 올 1·4분기 도요타의 순익은 7771억엔(약 8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배 증가했다.

도요타가 공급망 개선에 나선 것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부품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공장을 3개월 가량 멈춰세웠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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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순이익 경쟁사인 독일 폭스바겐, 2배 격차 
극도의 경영효율 방식인 간판방식 궤도 수정 
"2~3년 장기 조달도 검토" 
도요타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 겸 최고경영자.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차량용 반도체 공급대란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덮친 지난 1·4분기에 일본 도요타가 약 8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내며, 경쟁사인 독일 폭스바겐을 2배 이상 따돌렸다. 반도체 품귀난도 피해간 도요타의 질주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도요타의 독주 비결에 대해 한 마디로 '부품 공급망 개선'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조사회사인 마크라인즈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생산량을 100으로 본다면, 올 3월 현재 도요타의 월간 생산량은 118, 폭스바겐은 113, GM은 103이었다. 도요타가 반도체 수급 타격을 가장 적게 받았다는 의미다.

실제, 차량용 반도체 부족사태가 본격화된 올 1·4분기 도요타의 순익은 7771억엔(약 8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배 증가했다. 글로벌 신차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놓고 다투는 폭스바겐의 같은 기간 순익은 4300억엔(4조4000억원)으로 도요타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양사는 지난해 1·4분기까지만 해도 순이익이 4000억엔 안팎으로 비슷했다.

전날 결산 발표회에서 도요타의 곤 겐타 집행임원은 반도체 부품난에 대해 "리스크는 있지만 큰 영향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며 올해 실적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요타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AP뉴시스

도요타가 공급망 개선에 나선 것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 부품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공장을 3개월 가량 멈춰세웠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도요타 효율경영의 상징인 '간판방식'의 부품 공급에 일부 수정이 가해진 것도 이 때부터다. 간판 방식이란, 부품 재고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분량만 적기에 부품을 공급받는 시스템을 말한다. 후공정에서 사용한 부품량을 간판(보드)에 써붙이면, 전공정에서 해당 정보에 기반해 부품을 주문하게 된다. 하지만 극도의 비용효율화 전략은 공급리스크를 야기했고, 당시를 기점으로 2013년 서플라이 정보 시스템인 '리스큐' 구축을 시작으로 부품별로 2, 3차 조달처를 포함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공급망을 관리해 어디에 공급리스크가 있는지를 가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1개월~4개월 재고분은 유지하도록 했다.

도요타는 이번 반도체 부족 사태를 계기로 핵심 부품 공급망 관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고 한다.

리스크 관리를 통해 경쟁사들과의 실적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도요타가 현재 2차, 3차 부품업체를 포함한 전체 공급망 체계의 재고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현재 운송 중인 부품의 물량까지 포함해 재고 현황을 전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본사에서 '어떤 공급업체의 어느 공장이 몇 일 분의 재고를 보유하는 것이 적정한가'까지 따져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등 미래차가 본격 보급되면 반도체, 전자부품 수요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차량에 전자제어 기능이 급격히 추가되며, 2019년 기준 차량 1대에 사용되는 반도체 비용이 6년새 40%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저스트 인 타임' 방식에 기초해 지금까지 생산 1개월 전에 부품 공급사들에 주문을 넣어온 도요타의 발주 행태도 변화할 전망이다. 닛케이는 향후 2~3년 단위의 부품 조달도 상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급리스크가 날로 커져가면서 적기에 부품을 공급받는 '저스트 인 타임'의 '간판 방식'에 큰 폭의 궤도 수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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