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회의론 '비싸고 환경에 해로워'
[파이낸셜뉴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하고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는 가운데 소비자에게 전기차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기 기존 자동차보다 더 비싸고 환경에도 해롭다며 정부와 환경론자들이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불도저식 전기차 전환 멈춰야
세계 4위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최한 ‘자동차의 미래 서밋’에 참석해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비난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그룹과 푸조시트로엥(PSA) 그룹은 지난 1월 합병을 마치고 스텔란티스로 재탄생했다. 신생 그룹의 CEO를 맡은 카를로스는 서밋에서 영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자동차 업계에 요구하는 친환경 정책이 “완전히 상명하복 방식에다 잔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1대에 3만5000유로(약 4779만원)씩 하는 전기차를 살 형편이 못 되는 중산층의 자유와 이동 능력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라며 “지금 같은 내연기관 자동차는 반값이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카를로스는 “부유한 사람만 자동차를 사고 나머지는 대중교통만 이용해 이동의 자유가 사라진 민주주의 사회를 상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부자들만 살 수 있는 이동수단을 만든다면 어차피 온실가스를 내뿜는 수많은 오래된 차들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환경 보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파리 기후협약을 출범시킨 유럽에서는 최근 몇 년간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론이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노르웨이와 영국, 프랑스는 각각 2025년, 2030년, 2040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영국의 경우 2035년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자동차 판매까지 막을 계획이다.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이러한 정책에 호응해 스웨덴 볼보의 경우 2025년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단종 시키기로 했고 미국 포드는 2030년부터 PHEV 등 전기 모터가 들어간 차량만 선보이기로 했다.
그러나 스텔란티스를 포함해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불도저식 친환경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다. 일본 도요타의 나가타 준 집행이사는 12일 도쿄에서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2030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가 건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2030년 북미 시장에서 팔리는 차량의 약 절반이 하이브리드(HEV) 차량이며 30%는 순수 내연기관, 나머지는 순수 전기차라고 예측했다.
■전기차 실속 다시 따져야
나가타는 “세계적인 관점에서 2030년이 되더라도 전기차 가격과 전기차를 위한 사회기반시설 수준이 지금 예상만큼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 HEV나 PHEV가 구매하기는 더 나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동석한 도요타의 제임스 커프너 최고디지털책임자(CDO)도 자신의 도쿄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소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전기차 그 자체가 아니라 탄소 중립이고 만약 우리가 최고의 기술을 갖췄다고 한들 소비자들이 사지 않으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지적하는 전기차의 문제점은 경제성과 친환경 여부다. 타바레스는 전기차 가격의 최소 25%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지적하고 전기차 보급 때문에 배터리 재료로 쓰이는 리듐 등 희귀금속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재료의 강력한 가격 상승이 전기차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전기차 소매가를 낮추려면 마진을 줄여야 하고 결과적으로 노동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기차가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지도 논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요타 경영진이 코발트나 리튬같은 배터리 재료를 캐기 위해 추가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지적했다고 전했다. 타바레스도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300~500kg 더 무겁고 이런 자동차를 움직이려면 추가적인 전기가 필요하며, 그런 전기를 석탄과 석유를 사용하는 화력 발전소에서 만들면 결과적으로 온실가스가 더 늘어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이 많지만 각국 정부가 전기차에 매몰되어 이를 외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9일 영국 가디언은 미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를 인용해 만약 배터리 가격이 떨어진다면 세계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생산 단가가 점차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예측에 의하면 SUV와 대형 전기차는 2026년에, 소형 전기차는 2027년에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단가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현욱, 장난감 자랑하다 전라노출…사진 빛삭
- 남편상 사강, 4년만 안방 복귀…고현정 동생
- "눈 떴는데 침대에 피가 흥건"..토니안, 정신과 증상 8가지 나타났다 고백 [헬스톡]
- 이재명 유죄에 비명계 뜬다…민주 균열 가속화
- '8번 이혼' 유퉁 "13세 딸 살해·성폭행 협박에 혀 굳어"
- "치마 야하다고"…엄지인, 얼마나 짧기에 MC 짤렸나
- 영주서 50대 경찰관 야산서 숨진채 발견…경찰 수사 착수
- "조카 소설, 타락의 극치" 한강의 목사 삼촌, 공개 편지
- "엄마하고 삼촌이랑 같이 침대에서 잤어" 위장이혼 요구한 아내, 알고보니...
- "딸이 너무 예뻐서 의심"…아내 불륜 확신한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