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두 아이 엄마였다" 딸 유치원 보내다 숨진 엄마 추모 발길

이환직 2021. 5. 1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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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인천 서구 검단복지회관 앞 삼거리 인도 한쪽에 마련된 탁자에는 흰 국화와 아이들이 색종이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꽃, 막걸리 병과 종이컵 등이 올려져 있었다.

이 추모대는 지난 11일 오전 9시 20분쯤 삼거리에서 네 살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승용차에 치여 숨진 A(32)씨를 추모하기 위해 주민들이 마련했다.

A씨의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 큰 애를 보냈다는 주민 유모(36)씨도 이날 추모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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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사고 장소에 추모대 마련 '눈물'
경찰 "교통공단에 과속 여부 분석 의뢰"
13일 오전 인천 서구 검단복지회관 앞 삼거리 인도 한쪽에 마련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횡단보도 사고 피해자 추모대 앞에서 한 주민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이환직 기자

13일 오전 인천 서구 검단복지회관 앞 삼거리 인도 한쪽에 마련된 탁자에는 흰 국화와 아이들이 색종이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꽃, 막걸리 병과 종이컵 등이 올려져 있었다. 탁자 뒤에는 흰색 바탕에 검은 글자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OOOO 아파트 주민 일동'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탁자 옆에는 헌화를 위한 국화가 준비돼 있었다. 이 추모대는 지난 11일 오전 9시 20분쯤 삼거리에서 네 살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승용차에 치여 숨진 A(32)씨를 추모하기 위해 주민들이 마련했다.

A씨 딸은 사고 당시 바닥에 넘어지면서 다리를 다쳤다. A씨의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 큰 애를 보냈다는 주민 유모(36)씨도 이날 추모대를 찾았다. 그는 "(A씨는) 일곱살 딸과 네살 딸을 둔 평범한 엄마였다"며 "개인적으로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대에는 발길이 이어졌다. 검은색 티셔츠와 바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날 추모대를 찾은 한 주민은 "인터넷 카페에서 (추모대가 마련됐다는 글을) 보고 찾았다"며 "사고 영상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워서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13일 오전 인천 서구 검단복지회관 앞 삼거리 인도 한쪽에 마련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횡단보도 사고 피해자 추모대 앞에서 한 주민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이환직 기자

A씨가 숨진 삼거리 횡단보도에는 사고 장소임을 나타내는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A씨를 친 레이 승용차가 달려온 내리막길에서는 이날도 수많은 차량들이 내려왔다. 삼거리에는 횡단보도 4개가 있었으나 신호등이나 과속 단속카메라는 없었다.

다만 주민들은 사고 장소가 스쿨존에 이면도로인데다 오가는 사람과 차량이 많아 평소 과속하는 차량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주민은 "평소 검단복지회관 쪽에서 내려와 아파트를 보면서 좌회전하는 차량이 많은 곳인데, 대부분 한번 멈췄다가 가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 서부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차량 운전자 B(54)씨의 구속영장을 전날 신청했다.

그는 지난 11일 삼거리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A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승용차 밑에 깔린 채 끌려 가면서 머리 등을 크게 다쳤고, 119구급대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 만에 숨졌다. A씨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딸도 바닥에 넘어져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초등학교 인근인 사고 장소가 스쿨존 끝 부분에 해당되는 사실을 확인하고 B씨에게 이른바 '민식이법'을 적용했다.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사망 당시 9세)군의 이름을 따 개정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운전자 B씨는 지난 8일 왼쪽 눈 수술을 받아 시야가 흐릿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경찰에서 "왼쪽 눈이 잘 안 보이고 차량 앞쪽 A필러(차체와 지붕을 연결하는 기둥)에 시야가 가려 (A씨 모녀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 영상과 A씨의 딸 부상 정도 등을 감안할 때 A씨 딸이 차량에 부딪혀 다친 것으로 보고 민식이법을 적용했다"며 "사고가 난 곳 제한속도는 시속 30㎞였는데, B씨가 과속했는지 여부에 대해 도로교통공단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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