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엄습해 오는 인플레 공포..'퍼펙트 스톰' 가능성도 대비해야

연합뉴스 2021. 5. 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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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미국 소비자물가가 이례적일 만큼 큰 폭으로 오른 데 영향을 받아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1.99%, 나스닥지수가 2.67% 각각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여서 13일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한때 2% 가까이 떨어져 3,100선이 위협받기도 했으며 중국, 일본 등의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직접적인 원인은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4.2%나 올라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는 발표였다. 비교 대상이었던 지난해 같은 달의 물가가 약세였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을 뿐 아직 추세적인 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일각의 분석도 시장을 지배한 공포감을 누르지는 못했다. 4월의 물가 상승폭 자체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지만, 인플레이션 공포를 몰고 온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주요 원자재는 물론 공산품과 에너지, 식품 등 모든 상품의 가격이 치솟고 있고 채권 금리가 속등하는가 하면 인건비가 크게 오르는 데도 사람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는 등 모든 지표가 인플레이션을 가리키고 있다. 이른바 '보복 소비' 등 소비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만만찮다. 이런 양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들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각국은 장기간 '제로'에 가까운 저금리와 함께 재정 지출 등을 통해 무한정 돈을 푸는 정책을 펼쳐 왔다. 백신 접종의 확대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세의 진정을 기대할 수 있게 되고 경제도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음이 명백해진 만큼 억눌려 왔던 물가의 반등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할 수만 있다면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문제는 각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초래할 경기 위축 등 부작용과 자산 가격의 급격한 추락과 같은 예기치 못한 위기의 가능성이다. 고전적인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은 금리 인상이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관계자들은 최소한 내년 하반기까지는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방침임을 거듭 시사해 왔다. 연준은 금리 인상에 앞서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통한 통화량 환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마저도 구체적인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의 예민한 반응에 황급히 주워 담기는 했지만,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최근 미국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서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에 관한 언급이 잦아지고 있다. 언뜻 산발적이고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당국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인플레이션 추이에 따라 예상보다 일찍 긴축적 통화정책이 단행될 수 있음을 알려 미리 시장의 충격에 대비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은 세계 경제에 막대한 여파를 미칠 것이 분명하다. 특히 대외 요인에 휘둘리기 쉬운 우리나라에 안길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당장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겠지만, 이 밖에도 적지 않은 요소들이 미국발 난기류에 취약하기 그지없다. 지난 4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2.3% 올라 미국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3년 8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재정 확대 등으로 인한 통화량 증가도 미국에 못지않다. 미국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펼치게 된다면 우리가 이에 역행할 수 있는 정책적 여지가 없는 이유다. 거기에다 작년 말 현재 가계부채가 1천726조1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7.9% 급증하는 등 가계, 정부, 기업 할 것 없이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서 수많은 자영업자와 영세 기업들이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렸다. 그 와중에도 고삐 풀린 돈은 부동산과 주식, 심지어 가상화폐에까지 몰려 자산이란 자산에는 모두 거품이 끼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별적으로는 그리 심각하지 않은 기상요인들이 합쳐져 엄청난 위력의 '퍼펙트 스톰'을 형성하는 것처럼 지금은 큰 위기로 발현되지 않고 통제 가능해 보이는 문제들이 미국의 금리인상과 같은 계기를 만나면 한꺼번에 큰 격랑이 돼 몰아닥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억제하기 위한 당국자들의 '톤 다운' 발언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만, 위험 대비 정책은 그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당장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경제적 격변을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위험으로 보고 재정, 통화정책에서부터 산업, 복지정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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