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임기 말 '문재인 리스크' 더 커진다

기자 2021. 5. 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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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자화자찬 유체이탈 내로남불

취임 4년 회견에서도 되풀이

실패한 인사와 소주성도 옹호

방미 직전인데 대북 전단 엄단

김여정 지침에 文 끝없이 굴종

국민 실존 위협하는 대북 妄想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회사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오너 리스크가 있다면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 리스크가 있다. 물론 대통령에 따라 프리미엄이 붙을 수도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문재인 대통령을 가진 나라’의 국민은 리스크에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것이 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연설 및 질의·응답이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완곡하게나마 실패를 인정했을 뿐, 다른 대부분의 현안에 대해서는 특유의 자기 자랑을 늘어놨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는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 없이 접종을 진행하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백신 확보 노력을 게을리해서 백신 접종 후진국으로 만들어 놓은 터에 ‘정당한 평가’를 받겠다니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최근의 장관 인사와 관련해서도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변했다. 장관은커녕 공직에도 부적합해 보이는 인사들을 내놓고선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트집 잡기로 치부했다. 실패가 명백해 잊고 있었던 ‘소주성’도 다시 꺼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을 강력히 추진한 것이 긍정적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코로나 위기 이전에 이미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증발하고 소상공인들이 줄도산하는 등 민생경제가 파탄을 맞았던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위기가 흐름을 역류시켰다”며 정책 실패의 책임을 모두 코로나 탓으로 돌렸다. 또, “우리 경제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며 ‘국가적 성취’라고 했다. 이것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주요 20개국(G20)의 예상성장률 평균은 6% 초반으로 우리나라의 예상 성장률 3% 중반보다 높다.

현실과 유리된 이런 유체이탈식 자화자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새롭지도 않다. 우리는 제 잘못은 없고 남 탓만 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을 이미 여러 차례 봤다.

이날 문 대통령의 특별연설에서 정말 눈에 띈 것은 따로 있었다.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겨냥해 ‘엄정한 법 집행’을 공언한 점이다. 시간을 맞추기라도 한 듯 이날 경찰은 지난달 말에 전단 50만 장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주장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문제는 타이밍과 상황이다. 첫째, 문 대통령의 발언과 경찰의 움직임은 전단과 관련해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남조선 당국에 책임이 있다”며 ‘상응 행동’을 위협한 이후에 나왔다. 둘째,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미국의 조야에는 지난해 말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속에 강행 처리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연히 탈북민 탄압, 나아가 북한 추종으로 비칠 수도 있는 발언과 행동은 외교적 악재가 될 가능성이 짙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문 대통령이 바이든과의 정상회담에 선물을 가져가기보다는 찬물부터 끼얹은 것은 분명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짐작건대 그것은 아마도 북한 김씨 왕조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궁극적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믿음일 것이다. 표현의 자유도,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도 북한이 싫어하니 잠시 접어두자는 것은 이런 믿음의 연장선에 있다. 북한 김여정이 우리 정부 당국을 비난할 때마다 문 정부가 비굴하리만치 납작 엎드리는 것은 이런 시각에서 봐야만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의 비위를 맞추면 평화가 오리라는 믿음은 망상이다. 이제껏 꿈쩍도 못 한 채 북한의 모욕적 언행을 감내해서 과연 평화가 왔는가. ‘한반도의 하늘과 바다, 땅에서 총성이 사라졌다’(문 대통령 독일 언론 기고문)고 할 수 있는가. 하노이 미·북 비핵화 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잠잠할 만하면 다시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게 현실이다. 대통령의 망상(妄想) 때문에 국민은 실존적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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