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대통령의 '국민 깔보기' 병

허민 기자 2021. 5. 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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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툭하면 '국민을 깔보는' 괴이한 증상을 앓는 모양이다.

국민은 경제에 울고 백신에 허덕이고 인사에 질렸는데,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에서 "경제도 백신도 인사도 잘 되고 있다"며 자화자찬을 해댔다.

국민 깔보기는 돌림병이다.

대통령의 괴이한 병증은 강박관념과 깊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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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전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툭하면 ‘국민을 깔보는’ 괴이한 증상을 앓는 모양이다. 지지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나 반대자에겐 한없이 분노하는 병, 특히 국민을 향해 ‘한판 붙자’는 증세인데 중증이다. 병증(病症)은 견고할 뿐 아니라 날을 거듭할수록 깊어진다.

대통령은 장관 임명권자다. 검증 단계에서 법적·도덕적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져야 한다. 사과하고 지명을 철회하는 게 책임지는 방식이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제한적으로 권력을 위임받은 통치자가 국민을 대하는 예의다. 임혜숙·박준영·노형욱 후보자의 ‘가족 동반 해외출장’ ‘해외 도자기 밀반입·불법 판매’ ‘관사 재테크’ 등 위·불·탈법 행태가 쏟아져 나왔지만, 대통령은 “검증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임명을 밀어붙이고 있다. 집권 4년간 야당 동의 없이 임명 강행한 장관이 29명, 이번에 3인을 보태면 32명이다. 미증유의 기록이다. 국민을 깔보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의 신기록은 이뿐 아니다.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전단을 뿌린 청년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여론의 역풍을 맞아 취하할 때까지 청년은 1년 반이나 ‘피의자’였다. 신문 보도를 트집 잡은 청와대 실세의 어이없는 민·형사 고소로 장기간 험한 꼴 당해본 기자는 안다. 언제 경찰이나 검찰에서 오라 가라 할지, 언제 기소돼 법원에 불려갈지 전전긍긍한다. 권력에 대한 저항 수단이라고는 ‘외침’밖에 없었을 가련한 청년의 참담함은 더 했을 것이다. 옛 러시아의 고문 기계인 ‘속죄의 창’이 천천히 허파를 파고드는 것 같은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았을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대선 3개월 전인 2017년 2월 방송에서 “대통령이 된 후 승복할 수 없는 비판이나 비난을 받아도 참겠는가”라는 질문에 “참아야죠”라고 했다. 북한 권력자의 ‘특등 머저리’ 극언 땐 참기로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남한 청년의 ‘북조선의 개’ 비난엔 참지 않았다. 기막힌 ‘선택적 모욕감’이고 국민 깔보기다.

국민은 경제에 울고 백신에 허덕이고 인사에 질렸는데,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에서 “경제도 백신도 인사도 잘 되고 있다”며 자화자찬을 해댔다. 국정 실패 책임은 야당과 언론 탓으로 돌렸다. 국민 깔보기는 돌림병이다. 호위무사들도 보스를 빼닮았다. 검찰이 ‘부정선거의 종합판’이라 정리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피의자이자 대통령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은 “정치검찰의 삼류 기소”라고 열을 올렸고,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검찰에 불만을 드러냈다.

대통령의 괴이한 병증은 강박관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임기 말에 ‘밀리면 끝’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안중에 없고 지지자만 바라보는 분열적 국정 운영이 영원할 수는 없다. 이미 집권당의 새 지도부가 대통령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원 팀”을 강조했지만, 송영길 대표는 “당 중심”을 외쳤다. 여당 초선 의원 모임은 ‘3인 장관 후보 중 최소 1명 낙마’를 요구했다. 대통령이 가장 민감해 하는 인사권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박용진·이상민 의원의 고언도 쏟아졌다. 당·청 갈등의 본질은 민심과 문심(文心)의 격돌이다. 민심을 이기려는 권력은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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