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편가르기 낯뜨거워, 나라 망신" 여야 모두 황교안 때렸다
“국민의힘 소속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있는 서울ㆍ부산ㆍ제주 등에라도, 굳건한 한ㆍ미동맹의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백신 1000만회 분에 대한 지원을 (미국에) 부탁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한국시각) 미국 현지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한 것을 두고 여야에서 모두 “국민 편가르기 행보”라는 거센 반발이 나왔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중하기 바란다. 황 전 대표는 전직 야당 대표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전직 국무총리”라며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지역 국민만 국민이냐.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어디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의원은 “백신까지도 편가르기 도구로 이용하는 전직 총리의 어설픈 백신 정치가 국민을 얼마나 짜증 나게 하고 있는지 깨닫기 바란다”며 “낯 뜨겁다. 제발 이러지 좀 말자”고 덧붙였다.
장 의원의 지적에 황 전 대표는 13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제 진심이 잘못 전달된 것 같아 황당하고 미안하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하라고 압박을 하고자 몇 가지 예를 든 것이다. 오로지 청와대ㆍ정부ㆍ여당을 독려하기 위한 수사였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 전 대표는 “저는 ‘국민 편가르기’ 생각은 전혀 없다”며 “다급하고 절박한 마음에서 한 절규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썼다.
이에 장 의원은 이날 오전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절제와 신중함이 극도로 요구되는 외교라는 무대에서 생명이라는 절대적 민감성을 가진 백신 문제를 다룰 땐 더더욱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권에 대한 압박’이라고 느껴지기보다는 정치적, 외교적 경솔함으로 비치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라고 반문했다.
황 전 대표의 방미 행보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시선은 대체로 싸늘하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지난 총선 참패 이후 황 전 대표에 대한 대선 주자로서의 당내 기대가 사실상 사라졌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존재감을 부각하는 차원에서 황 전 대표가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영남지역의 중진 의원은 “전직 총리로서의 무게감 있는 행보를 기대한다”며 황 전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황 전 대표가 정치를 재개하고 싶은가 보다. 제가 볼 땐 그냥 쿨하게 하면 되는데, 미국에서까지 왜 그렇게 나라 망신을 시키는지 잘 모르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윤 의원은 “황 전 대표 말씀이 가관”이라며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가신 분이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을 구하겠다’는 걸로 치환해서 말씀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일 “한ㆍ미 동맹 복원” 등을 목표로 미국으로 출국했던 황 전 대표는 8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날 새벽 귀국길에 올랐다. 황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에 도착해도 많이 바쁠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을 다짐한다”고 썼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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