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돌아온 봄, 밝혀지지 않은 진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5·18 당시 계엄군으로 나섰던 공수부대원들의 진술이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내용이다. 계엄군의 조준 사격은 그동안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가해자들이 직접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격한 시위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포했다는 전두환 신군부의 ‘자위권’ 주장이 허구라는 게 또다시 밝혀진 셈이다. 이번 증언은 발포 명령자를 가려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시 11공수부대원 2명이 피해자에게 직접 사죄할 뜻을 밝혀, 조사위 측은 피해자를 찾아 용서와 화합의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7공수여단 출신의 A씨는 지난 3월16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자신의 발포로 숨진 고(故) 박병현 씨 유가족을 만나 사죄한 바 있다.
조사위는 이미 200여 명으로부터 유의미한 증언을 확보했고, 앞으로 2000여 명 이상의 증언 확보를 목표로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정국 감독의 새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는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상호보완적이면서 놀랍도록 닮아있다. 개봉과 조사위 발표 시점조차 맞물렸다. “가해자들의 제대로 된 반성 없이는 피해자들의 고통도 진정으로 치유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 감독은 “가해자 가운데 누군가 용기를 내어 양심고백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무려 41년이 지난 2021년, 또다시 봄이 돌아왔지만 그때의 진실은 아직도 온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거리에 나온 시민들을 향해 계엄군의 잔인한 진압이 펼쳐지던 1980년 5월 광주, 그곳에 오채근과 박기준이 있었다. 채근은 그때를 잊지 못하고 매일 악몽을 꿀 만큼 괴로운 삶을 살아내고 있다. 반면 박기준은 평안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호의호식하며 삶을 즐긴다.
채근이 어렵게 입을 연다. “그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그렇게 편히 잘 살 수 있었는지···”
하지만 당시 책임자 중 한 사람인 박기준은 몹시도 쉽게 답을 건넨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마. 그때 일은 다 역사가 평가해줄 거야. 남은 인생 즐겁게 살아야지. 힘들면 교회로 와, 하나님은 다 용서해준다.”
안성기는 그야말로 차곡차곡 벽돌을 쌓아가듯 연기한다. 그간 보여주던 익살스런 웃음기나 선한 모습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살기 가득한 눈빛을 한순간 내뿜는다. 오래 남을만한 표정이다.
“군인으로서 명령을 따랐을 뿐 내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죄는 바로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한 것입니다. 정말 묻고 싶습니다. 그런 짓을 하고도 맘 편히 살고 있는지.”
극중 오채근이 말한다.
“살인명령을 내린 자들은 아무런 반성조차 안하는데 왜 피해자들만 평생 고통을 받아야 하나요. 늦었지만 ···, 아직도 뉘우치지 않는 책임자들에게 대신 벌을 내립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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