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에 취해있을까, 과감히 이 상태를 벗어날까

한겨레 2021. 5. 1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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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사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물원 우리 안에 있는 다른 사자들을 불러놓고 자기가 오늘 들은 말을 전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사자들이 하나둘 사육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자들이 선택한 것은 초원이 아니라 동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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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문병하목사의 희망충전]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사자가 있었습니다. 매일 사육사가 던져주는 닭고기를 먹으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 모습을 안쓰럽게 본 사람이 사자를 불러 말했습니다.

“네가 누구인지 아느냐? 너는 동물의 왕이고 초원에서 제일 힘이 센 사자다. 네가 한번 소리를 지르면 모든 동물들이 숨을 죽이고 도망다닐 정도로 위엄 있는 존재다.”

사자는 그 말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는 정글로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동물원 우리 안에 있는 다른 사자들을 불러놓고 자기가 오늘 들은 말을 전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정글로 가는 길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막을 건널 때 목마름에 고통당할 수도 있고, 먼 길을 갈 때 배고픔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박수와 환호가 사라지고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늙은 사자의 포효는 계속 이어졌고, 어느덧 식사 때가 되어 배가 출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멀리서 사육사가 닭고기를 들고 왔습니다. 그러자 사자들이 하나둘 사육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던져준 닭고기를 먹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사진 픽사베이

다들 선택한 대로 살아갑니다. 사자들이 선택한 것은 초원이 아니라 동물원이었습니다. 그들은 동물원 우리 안에서 늙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초원을 그리워하기만 하면서 무력하게 변해갈 것입니다. 편하지만 힘없이, 그리고 의미 없는 존재로 변해갈 것입니다. 그들이 선택한 결과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좋은 변화에는 고통이 따릅니다. 화단을 망치고자 하면 그저 애쓰지 않고 가꾸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면 그곳에 잡초가 자라면서 화단이 아니라 잡초 밭이 될 것입니다. 좋은 변화를 위해 애쓰지 않으면 현상 유지는 고사하고 이상하게 변하게 됩니다.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갑자기 착하게 살려고 하거나,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려고 할 때 농담처럼 던지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순해지는 것을 보며 놀리듯 하는 이야기입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주변뿐만 아니라 자신도 적응하기 힘듭니다. 자기 취향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매우 어색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죽는 날, 그 순간까지도 변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 변화가 좋은 변화인지 낡은 변화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입니다. 아이가 변하는 것은 자라는 것이고, 어른이 변하는 것은 늙는 것이라고 하지만, 뭐가 됐든 사람은 변화하는 존재입니다.

어떻게 변할 것이냐 하는 것은 선택입니다. 자신에게 도래한 새날을 살아왔던 날들과 유사하게 되풀이하기만 한다면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집착이 많아진다면 잘못 변한 겁니다. 나이가 들수록 빼앗기기 전에 스스로 내려놓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은 떨어지더라도 깨달음은 늘어야 합니다.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자신이 그동안 지은 허물을 씻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죽음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아름답게 변해가며 살아야 합니다.

문병하 목사(양주덕정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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