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한국에 본사 둔 글로벌 바이오텍 최종 목표"

김유림 2021. 5. 13. 08: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지사, 현지 전문가 올해 내 10명 채용 예정
'BBT-877' 약물자체의 문제 아냐, 2상 재개 기대
혜성분석 특이 사항 아닌 FDA 가이드라인 존재
"로열티 및 매출, 현금 흐름 독립 운영 해내겠다"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는 이미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를 벗어나고 있으며, 글로벌 바이오텍을 향해 첫발을 내딛고 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사진=브릿지바이오]
브릿지바이오 이정규 대표는 1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바이오벤처는 상장이 끝이 아니다. 2015~2020년 준비기를 거쳐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영업 인프라를 구축해 신약을 직접 발굴해 상업화까지 하는 회사로 거듭나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브릿지바이오는 NRDO 전문 기업으로 2019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NRDO는 외부에서 개발한 유망한 후보물질을 가지고 임상시험을 진행해 가치를 높인 뒤 이를 상용화할 제약사에 되파는 게 수익모델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사업 모델이지만, 국내에서는 브릿지바이오를 시작으로 뒤늦게 알려지게 됐다.

브릿지바이오는 올해부터 자체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신약 발굴 역량을 강화해 파이프라인을 직접 키워 미국에서 판매 허가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 글로벌 인재 영입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10명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시장은 전 세계 의약품 40%를 차지, 다른 나라보다 약가도 훨씬 높아서 수익성이 가장 좋은 시장이다”며 “단일 국가에서만 허가받아서 제일 큰 시장을 제공받을 수 있는 미국을 첫 글로벌 진출지로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현재 브릿지바이오 미국 보스턴 지사에는 각 분야의 바이오 전문가 4명이 활동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등 여러 빅파마에서 10여년의 경력이 있는 신약 합성 전문가, 의사 출신이자 로슈와 사노피에서 항암제 연구 및 의약품평가 10여년 경력의 박사, 글로벌 벤처캐피탈(노바티오 벤처스, 옥스포드 바이오과학 파트너스)에서 다년간 활동한 투자전문가가 미국 지사 운영 총책임을 맡고 있다. 임상개발은 유수의 기업에서 20년간 신약개발 전주기를 경험한 이용희 부사장이 담당한다.

일각에서는 브릿지바이오의 미국 진출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아직 국내 바이오벤처가 글로벌에서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미국이 바이오벤처가 성장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제품만 확실하면 전문의약품 개발 벤처기업들이 직접 영업할 수 있는 나라다”며 “현지에서 보편화된 영업대행 회사도 활용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브릿지바이오의 직접 영업 조직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총 3개의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중 단연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 신약 후보물질은 임상 2상 준비단계인 ‘BBT-877’이다. BBT-877은 2019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000억원 규모로 라이선스 아웃했다가, 혜성분석에서 양성이 나오면서 2020년 11월 반환된 물질이다. DNA 손상이 있는 경우 현미경에서 세포핵이 혜성(comet)과 같은 꼬리 모양을 나타낸다고 혜성분석이라고 불린다. DNA 손상은 발암 가능성을 의미하며,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혜성분석 양성에 따른 가이드라인이 있다. 혜성분석 양성 원인을 △약물의 직접적인 세포 타격 △초고농도 약물에서 스트레스받은 세포가 스스로 사멸 △다른 작용기전 등 세가지로 구분한다.

이 대표는 “약물의 세포 직접 타격이 원인이면 발암독성 전임상을 약 2년간 수행하게 된다. 당시 파트너사는 경쟁물질 GLPG1690 대비 개발 속도가 늦어져 경쟁력이 저하된다고 판단해 권리 반환이 된 것”이라며 “반환받고 BBT-877 자체 분석 결과 초고농도로 인한 세포사멸로 밝혀졌다. 세포가 스트레스받을 정도의 고농도는 실제 임상에서 사용할 수 없는 높은 농도다. 이 경우 통상적으로 임상 2상이 아닌 임상 3상에서 약물이 직접적으로 DNA를 손상시키는지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상 중 발암성 실험을 해도 된다는 것을 FDA에 확인받고자 C타입 미팅을 신청한 상태다. 이미 FDA 가이드라인에 있는 원인인만큼 상반기 내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글로벌 임상 2상은 직접 진행할 계획이며, 순조롭게 마무리할 경우 기술이전 가치는 기존 딜 대비 웃도는 수준으로 추진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월 경쟁물질 GLPG1690가 임상 3상을 중단, 같은 계열 내 두 번째 개발 후보물질이었던 BBT-877이 상업화 선두 프리미엄을 확보했다”고 했다.

펠리노-1 저해제 계열 내 최초 후보물질인 BBT-401은 궤양성 대장염을 적응증으로 미국에서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BBT-176은 항암 표적치료제이며, 국내 1/2상 단계다. 3세대 비소세포페암 약물치료 이후 내성으로 나타나는 신규 돌연변이인 C797S를 저해하는 약물이다. 내성 약물 부재에 따른 미충족 의료 수요 확대가 전망된다.

이 대표는 “임상 단계에 오른 세 개의 파이프라인 개발 진전을 바탕으로 환자분들에게는 새로운 치료 옵션을, 투자자에게는 신뢰에 대한 보답을, 임직원에게는 회사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더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로열티 및 매출 현금 흐름으로 독립 운영이 가능한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꼭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urim@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