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3총사의 다짐 "런던처럼 메달, 이번엔 애국가까지" [창간 16th]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2021. 5. 1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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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스포츠경향 창간16주년 기획. 도쿄올림픽 메달을 꿈꾸는 울산3총사. 울산현대축구단 원두재, 이동준, 이동경 선수(왼쪽부터)가 8일 울산 현대클럽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이제 조금씩 실감이 나요.”

은근한 근육통이 올라오는 왼쪽 팔을 오른손으로 주무르며 웃음꽃을 피웠다.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축구의 첫 금메달 도전을 이끌 주축으로 떠오른 울산 3총사다.

1997년 동갑내기인 이동경과 이동준, 원두재는 최근 올림픽 예비명단(50명)에 이름을 올리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다. 학창 시절 텔레비전을 통해 바라봤던 그 무대가 눈앞으로 다가 온 순간이다.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따면 운동선수로 인생이 바뀌는 병역혜택과 함께 해외 진출의 길도 열린다.

지난 8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기자와 만난 울산 3총사는 “올림픽은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큰 무대”라며 “우리도 2012 런던올림픽 멤버들처럼 메달을 목에 걸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츠경향 창간16주년 기획. 도쿄올림픽 메달을 꿈꾸는 울산3총사. 울산현대축구단 원두재, 이동준, 이동경 선수(왼쪽부터)가 8일 울산 현대클럽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메달로 가는 첫 허들…18명에 뽑혀라

울산 3총사는 지난해 한국 축구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일본 수도인 도쿄에 이름을 빗대 도쿄 리라는 별명을 얻어 먼저 유명세를 치른 이동경에 이어 이동준과 원두재까지 빠르게 성인축구대표팀에 월반한 덕분이다. 코로나19로 A매치가 열리지 못하는 시기에 열린 대표팀과 올림픽축구대표팀의 ‘스페셜 매치’에선 대표팀 선수로 뛰었다. 오는 6월에는 2022 카타르월르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나서는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르는 올림픽팀 사이에 어디에 뽑힐지가 관심사일 정도다.

그런데 정작 세 선수는 비슷한 시기에 발표될 도쿄올림픽 최종명단(18명)에 긴장을 풀지 않는다. 원두재는 그 원인을 김학범 올림픽팀 감독의 ‘밀당’(밀고 당기기)에서 찾는다. 원두재는 “대표팀에 뽑힌다고 올림픽을 보장해주지 않으신다. 정규리그에서 경기력이 안 좋은 날이면 바로 ‘몸뚱아리가 왜 그러냐’고 경고하신다”고 손을 내저었다. 이동준도 “감독님이 올림픽에 데려간다고 보장해준 선수는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을 실감하게 만들었던 백신 접종은 거꾸로 치열한 생존경쟁도 절감하게 만들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던 터. “(이)수빈이 (이)승모 (백)승호 에휴~”라고 두 손의 손가락을 접던 원두재는 “눈앞에 있는 제 포지션 경쟁자만 무려 6명”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동준도 “내 자리는 윙어인데도 (송)민규와 (김)대원이, (엄)원상이 (엄)지성이, (이)동률이까지 줄줄이 백신을 맞더라”고 덧붙였다.

이동경은 “그래도 너희는 눈앞에 적이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이강인(발렌시아)과 와일드카드 후보로 떠오른 권창훈(프라이부르크)이 그의 유력한 라이벌들이다. 백신 접종에서 배제된 선배의 조언은 선수들의 의욕을 더욱 높이는 촉매제가 됐다.

이동경은 “학교 선배인 (정)승현형이 명단에서 빠졌더라. 리우올림픽에서 탈락해 올림픽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형”이라며 “농담으로 ‘올림픽에 못 가면 나처럼 군대 간다’고 말했는데, 진짜 각오를 새롭게 다지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고 지나친 의욕은 금물이다. 세 선수는 라이벌들의 등장에 긴장하면서도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스린다. 떨어지는 나뭇잎도 조심한다는 말년 병장과 다를 게 없다. 대회 직전 부상으로 낙마하는 선수들이 흔한 만큼 과도한 훈련은 오히려 독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과거 일본 J2리그에서 활약해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누구보다 큰 원두재는 “의욕만 앞서다가 다치는 경우가 워낙 많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동준도 ‘독도남’으로 유명한 부산 시절의 옛 선배 박종우의 조언을 잊지 않았다. 이동준은 “비행기 타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면서 “올림픽에 정말 가고 싶지만 무리하면 다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금메달”


그래도 도쿄올림픽에서 토너먼트까지 ‘비단길’이 깔린 것은 반갑다. 한국은 올림픽 남자 축구에서 본선 16개국 가운데 약체로 분류되는 뉴질랜드(FIFA 랭킹 122위)와 루마니아(43위), 온두라스(67위)와 함께 B조에 묶였다.

세 나라 모두 한국(39위)보다 약체라는 평가다. 역대 올림픽 조 편성과 비교한다면 최상의 결과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최지와 시차와 기후에 큰 차이가 없는 이웃 나라에서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호성적을 낼 수 있는 환경도 갖춰졌다. 김학범 올림픽팀 감독이 “반드시 메달을 가져오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한 배경이기도 하다.

세 선수들은 “감독님이 메달을 말씀하셨으면, 우리는 그 색깔을 금으로 맞춰드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준은 “우리가 그만한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감독님의 커리어를 보면 말한 것은 꼭 지키는 분”이라고 말했고, 이동경은 “(아시안게임 우승 등) 실적으로 보여주신 분이니,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 우리는 아시아를 제패하고 올림픽에 나선다.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수들은 “남들은 ‘꿀조’라고 표현하지만 긴장을 풀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오랜 시간 꿈꾸던 금메달로 가는 다리가 방심에 무너지는 것만큼 허망한 일은 없다. 외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 한 방울의 땀을 흘리겠다는 것이 선수들의 각오다. 메달 문턱에서 온두라스에 무너진 리우올림픽의 교훈을 강조한 원두재는 “당시에도 한국이 유리하다고 평가했지만 막상 붙어보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우리는 방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동준은 “메달을 따낸 런던올림픽에서도 한국이 개최국 영국을 이길 줄 누가 알았냐. 우리도 그런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훈련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메달에 대한 갈망은 더욱 진해졌고, 기량은 성숙해졌다. 올림픽이 막을 내리는 7월 웃으면서 헤어지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동경은 “2018년 겨울부터 4년 가까이 친구들과 준비한 무대에서 마지막에 웃고 싶다.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라며 “런던올림픽 멤버들이 여전히 그 대회를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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