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에너지 자원 안정적으로 확보 못하면 미래 없다" [책에서 만난 문장]

김용출 2021. 5. 1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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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새로운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원동력은 과거와 같은 에너지 안보가 아니라 기후 변화와 젊은 세대들의 성향 변화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에는 그에 더해 대기오염, 수입 석유 및 천연가스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포함된다. 그렇지만 현재 최대 에너지 소비국 2, 3위를 다투는 이 두 나라에게 있어 석유와 천연가스를 포함한 에너지 자원 공급원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일은 국민소득을 올리고 오염을 줄이는 데 필요한 경제성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중요 사안이다.”

――대니얼 예긴, 2020, The New Map; 우진하 옮김, 2021, 『뉴 맵』, 리더스북, 595쪽.

세계적 에너지 전문가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부회장인 대니얼 예긴은 신간 『뉴맵(New Map)』에서 미국의 ‘셰일 혁명’ 이후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국제 에너지 패권의 흐름과 전망을 조망하는데요, 미국을 제치고 세계의 중심이 되고 싶어 하는 중국은 에너지 자원 확보 여부가 그들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왜냐하면 중국 경제는 과거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성장을 이어갈 것이고 그 성장을 뒷받침할 에너지양도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아마 최근 ‘신냉전’이라고 불릴 정도도 미국과 충돌하는 것도, 남중국해를 비롯해 인근 지역에서 지정학적 충돌을 이어가는 것도 근저에는 에너지 문제가 자리하는 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예긴은, 아시다시피, 10년 전 석유를 둘러싼 부와 권력의 탄생, 국제사회의 갈등과 충돌을 분석한 책 『황금의 샘(The Prize)』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이지요. 그는 이번 신간에서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수입국을 탈출하고 산유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감 있게 외교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진정한 초강대국의 위상을 갖게 됐다고 평가합니다.

러시아의 경우 석유와 천연가스 강국으로서 위치를 확립하면서 유럽과의 관계나 중국과의 협력에서 유리한 지형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고요.

저자는 이와 함께 전기차와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 모빌리티의 변화를 주목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활용해 이동하느냐에 따라 일자리와 돈의 흐름, 국가 간 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에너지와 지정학에 기후 변화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지는 가운데 2차 전지와 풍력, 태양광,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시장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하지요. 다만 완전한 에너지 전환은 코로나19로 막대한 재정이 이미 투입되면서 중대한 장애를 겪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요.

한국에 대해선 특별히 분석하거나 언급하진 않지만 굳이 살펴본다면, 책 앞머리 ‘한국 독자들에게’에서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대국 반열에 오르면서 에너지 소비량이 크게 늘었다며 에너지의 85%를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그마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우려하지요. 게다가 기후변화 등에 대비해 재생 에너지의 비율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고요.

저자는 다만 자동차 산업의 경우 한국이 배터리와 연료전지, 수소를 비롯한 신기술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기에 공급망 다각화 등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봅니다. 결국 한국은 다른 나라의 에너지 전략과 지정학, 신기술과 기후지도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변화에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죠.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건 ‘셰일 혁명’을 촉발시킨 첨단 과학기술 이야기였습니다. 천연가스는 기본적으로 퇴적암 지층 안에 작은 통로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암석층 내의 천연가스를 가스정으로 흘러나오게 하는 방식으로 채취하는데요. 먼저 굳고 단단한 암석층을 뚫고 작은 통로를 만들기 위해 물과 모래 등이 섞인 용액을 강한 압력으로 쏟아 넣은 ‘프래킹(fracking)’ 기법으로 암석층의 균열을 만든다거나 1, 2마일 정도 땅을 파고 내려간 뒤 시추 장비의 날 끝을 90도 각도로 돌려 수평으로 회전하는 방식으로 100마일도 넘을 정도로 넓고 길게 굴착해 채굴 지역을 극대화하는 ‘수평 굴착 기술’을 결합했다고 합니다. 그 뒤로는 모든 게 역사가 됐고요. 글을 읽고 있자면, 녹록치 않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구나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신가요. 좋은 방법이나 전략은 없을까요.(2021.5.13)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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