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에 질겁..파랗게 질린 미국 증시 [뉴욕마감]

뉴욕=임동욱 특파원 2021. 5. 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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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에 대한 두려움이 뉴욕증시를 흔들었다. 기술주에 대한 매도세가 몰린 가운데,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하면서 뉴욕 3대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3대 지수 2%대 동반하락
FILE - In this Monday, Sept. 21, 2020, file photo, a Wall Street street sign is framed by a giant American flag hanging on the New York Stock Exchange in New York. Stocks are falling in early trading on Wall Street Monday, Oct. 26, 2020, and deepening last week’s losses. (AP Photo/Mary Altaffer, File)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81.50포인트(1.99%) 내린 3만3587.66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월29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전날보다 89.06포인트(2.14%) 내린 4063.04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이다. S&P500지수는 장 초반 전날 기록한 저점을 하향돌파한 후 낙폭이 확대됐다. 이는 전날 장중 반등세를 예의주시했던 투자자들이 지수가 전날 저점 아래로 떨어지자 매도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357.75포인트(2.67%) 내린 1만3031.68로 마감했다.

장기 국채금리는 급등했다. 이날 1.619%로 출발한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698%로 뛰어올랐다. 10년물 금리는 장중 1.702%까지 치솟았다.

인플레 공포에 투자심리 '흔들'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이날 뉴욕증시는 장 시작 전 나온 물가 데이터에 흔들렸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은 기업의 마진을 압박하고 이익을 잠식할 수 있다. 또 물가 압력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경우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과열을 막기 위해 통화정책을 조기에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인캐피탈의 트레이딩 헤드인 패트릭 리어리는 마켓워치에 "인플레이션은 부를 파괴한다"며 "인플레이션이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이 일시적인 것이라면 시장은 함께 지낼 수 있지만 일시적인 것이 아닐 경우 주식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 급등, 13년만에 최고
뉴저지주의 한 코스트코 매장

이날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8% 급등하며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다우존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조사한 전망치 0.2%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연간 물가상승율은 지난 3월 2.6%에서 4.2%로 치솟으며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달대비 0.9% 상승했다. 이는 1982년 이후 최고치다.

4월에는 거의 대부분 품목의 가격이 급등했다. 중고차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음식값도 팬데믹 이전보다 2배나 빠르게 올랐다.

블룸버그는 이번 CPI 급등에 대해 "팬데믹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들이 다시 문을 열고 백신 접종을 마친 미국인들이 활동을 재개함에 따라 자동차, 교통서비스, 호텔 숙박료 등이 급격히 상승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물가 급등세는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전망이다.

마켓워치는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상승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기업들은 적시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필수 물자들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제 인건비가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수십 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사태 직전에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물가 문제를 자극하고 있으며,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너무 태만하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연준은 이같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것이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고 세계 경기가 크게 회복되면 내년까지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인 아트 캐신은 CNBC에 "연준히 단순히 뒤쳐진 것이 아니라 핵심을 놓쳤을 수 있고, 그들이 따라잡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이날 전미기업경제학회(NABE)와의 토론에서 "소비자물가 상승에 놀랐다"며 "공급에 비해 강한 수요가 지속돼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안정적인 2% 목표치보다 높게 올라간다면 (목표치 수준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우리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주 동반 약세, VIX 지수 급등
기술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테슬라가 4.42% 하락한 가운데, 알파벳은 3.08%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모두 각각 2% 이상 하락했다. 아크 이노베이션 ETF도 이날 3.73% 하락했다.


시장의 공포지수로 알려진 Cboe 변동성 지수(VIX)는 이날 26.33% 급등한 27.59를 기록하며 지난 3월8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VIX지수는 지난해 내내 20 이상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16 수준까지 떨어졌다.

VIX는 S&P500의 옵션 가격에서 계산된 시장의 공포 또는 예상되는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시장의 공포를 의미하는 VIX지수가 상승하면 증시가 약세를 보일 때가 많다는 점에서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골드스미스=AP/뉴시스]21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골드스미스 인근 유정의 원유시추기 펌프잭 뒤로 해가 지고 있다. 2021.04.22.


유가는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6월 인도분은 배럴당 0.44달러(0.67%) 오른 65.72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오후 10시31분 기준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6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0.37달러(0.54%) 오른 68.92달러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내렸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20.20달러(1.10%) 내린 1815.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화는 강세다. 오후 5시33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날보다 0.70% 오른 90.78을 기록 중이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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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임동욱 특파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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