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보다 '현실' 직시..문학 대세된 젊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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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대세가 바뀌고 있다.
한때 서점가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던 김훈·신경숙 등 한국 문학 대가들의 작품이 최근 서점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F소설 전문 출판사인 허블 관계자는 "기존의 SF소설들은 미국의 SF소설 기조를 많이 따랐는데, 그런 감성이 한국과는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며 "반면 김초엽 작가는 한국 문학의 감수성을 SF에 담으면서 기존 마니아층에서만 소비했던 SF소설을 일반 대중에까지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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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적 세계서 벗어나 현실 다룬 작품 주목"
"과학기술 시대에 SF소설서 삶의 해답 찾기도"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한국문학의 대세가 바뀌고 있다. 한때 서점가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던 김훈·신경숙 등 한국 문학 대가들의 작품이 최근 서점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장류진·김초엽·정세랑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휩쓰는 중이다.
단순히 세대가 바뀌면서 나타나는 변화는 아니다. 작품들의 문체부터 이들의 작품이 다루고 있는 주제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김성신 출판 평론가는 “기존 문학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며 “과거 주목받았던 작품들은 내면적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다뤘다면, 최근에는 현실을 생생하게 다룬 작품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장 작가의 소설은 얼핏 읽으면 ‘나도 이렇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쉽고, 현실적으로 쓰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 출판 관계자는 “그만큼 이야기 요소요소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 모습과 보편적 감성이 녹아있다”며 “최근 독자들은 어렵고 우울하기만 했던 기존 한국 소설에서 벗어나 문학에서도 현실 문제를 통쾌하게 다루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소설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직장 내 생활을 문학으로 깊숙이 끌어들이면서 독자층을 넓힌 것도 이 같은 변화가 확산하는 데 한몫 했다. 과거 IT 기업에서 근무했던 장 작가는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인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판교 테크노밸리 직장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펼쳤다. 작품은 창비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하자마자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창비 관계자는 “당시 판교 IT 기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화제가 되면서 접속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과학의 발달이 가시화되면서 SF소설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변화의 한 단면이다. 김초엽 작가가 2019년 출간한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허블)는 판매량이 20만 부 돌파를 앞두고 있다. SF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그것도 신인 작가의 책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 ‘시선으로부터’(문학동네) 등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인기를 끌었다.
장은수 출판 평론가는 “최근 10년 사이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우리 삶에 들어오면서 과학의 힘을 그 어느때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독자들이 미래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이들 SF소설에서 찾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김초엽 작가는 소설에서 ‘과학기술의 시대에도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라고 강조하고 있고, 정세랑 작가 역시 기발한 상상력으로 흥미를 끌고 있긴 하지만 결국에는 ‘미래에도 사랑·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중요하다’는 등의 시대적 고민을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소설이 기존의 SF소설과 달리 한국적 감성을 담았다는 평가도 있다. SF소설 전문 출판사인 허블 관계자는 “기존의 SF소설들은 미국의 SF소설 기조를 많이 따랐는데, 그런 감성이 한국과는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며 “반면 김초엽 작가는 한국 문학의 감수성을 SF에 담으면서 기존 마니아층에서만 소비했던 SF소설을 일반 대중에까지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김은비 (deme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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