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치해선 큰일 날 코인 도박판, 당장 사업자 실태부터 파악해야

조선일보 2021. 5. 1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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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상화폐 시장의 과열, 혼탁양상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른바 잡코인 거래 비중이 90%가 넘는다.이중 미국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이 가상화폐의 허구성을 풍자하기 만들었다는 도지코인 거래 비중이 30%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도지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국내 양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접속·주문 폭주로 시스템 장애가 발생, 1시간 남짓 거래가 중단되는 사고가 났다. 제때 거래를 못 해 손해 봤다는 투자자가 속출했지만, 해당 거래소들은 “죄송하다”는 말뿐이다. 증권거래소에서 이런 사고가 생겼다면 즉각 피해 보상과 책임자 문책이 뒤따랐을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량이 하루 30조원대로, 주식거래량의 2배를 웃돌지만, 거래 시스템은 낙후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도 전무하다.

가상화폐 사업자의 난립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세청이 은행 거래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 자산 보관소, 가상 자산 지갑 서비스 등 관련 사업체는 모두 227곳에 이른다. 이들은 통신판매업, 전자상거래업,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의 업종으로 등록한 뒤 가상화폐 관련 사업으로 쉬운 돈벌이를 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과열·혼탁 양상은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거래 가상화폐 중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비트코인 비율은 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잡(雜)코인이라는 알트코인이다. 이 중 30% 이상은 한국에서 개발돼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이른바 ‘김치코인'이다. 이런 김치코인 가격이 상장 직후 100000% 폭등한다거나, 코인 시가총액이 코인 발행 기업의 시가총액을 웃도는 사례 등은 한국 코인 시장이 만든 진풍경이다.

정부가 방치한 관리 사각지대에선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 자금 세탁, 시세 조작 등 각종 범죄가 판치고 있다. 아무 실체 없는 코인을 상장한 뒤 고수익 배당금을 코인으로 지급하겠다고 투자자를 모집하고 도주한다든가,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트를 모방한 홈페이지를 만들고 피싱 수법으로 가상화폐를 탈취하는 신종 범죄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뒷받침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산업 활용 잠재력이 크지만 가상화폐 자체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각국 정부가 개발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가 민간 가상화폐를 대체할 수 있고, 탈세, 자금 세탁 방지 등을 이유로 정부가 불법화할 수도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지도 않는 한국산 잡코인에 대한 투자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이 거대한 도박판을 언제까지 방치할 작정인가. LH 사태 땐 정부 행정력을 총동원해 부동산 투기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나서더니, 가상화폐 도박판은 왜 수수방관하나. 미친 집값에 절망해 증시에 이어 가상화폐 도박에 뛰어든 2030세대 눈치를 보며 더 이상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무엇보다 코인 사업자와 거래소 실태 파악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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