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감정에 대한 이해

송민령 공학박사 2021. 5. 13.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마음의 온갖 현상들 중에서 정서만큼 흥미를 끄는 것도 드물다. 뇌과학에서도 오랫동안 정서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왔는데, 특히 공포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다. 공포는 많은 동물종에 보존되어 있고, 관측이 수월하며(예: 벌벌 떠는 시간을 통해 공포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도 중요하기(예: PTSD, 포비아)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뉴욕대의 조셉 르두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공포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르두 교수는 오랫동안 공포와 불안에 대해 연구했으며, 공포 학습과 기억의 신경생리학적 기전을 밝힌 공로로 2013년 미국 국립과학원의 회원이 된 뇌과학자다.

송민령 공학박사

먼저 공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대부분은 ‘두려움’이라는 불유쾌한 느낌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의식적인 자각은 공포 반응의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1) 벌벌 떨기와 같은 신체 반응, (2) 위협적인 대상(예: 포식자)과 주변 환경에 대한 주의 집중과 뇌의 전반적인 각성, (3) (1)과 (2)가 원활하게 일어나는 데 필요한 생리반응(예: 심장 박동수 증가, 동공 확대, 소화기관으로 가는 에너지의 감소, 땀 분비 증가 등)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야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 잘 대처하여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와 같은 공포 반응을 유발하는 데는 의식이 필요하지 않다. 어떤 사진을 보여준 뒤 발에 전기충격을 주면, 사람들은 나중에 그 사진만 보고도 심박수가 늘어나는 등 공포 반응을 보인다. 이처럼 중립적인 자극이 공포 반응을 유발하게 되는 것을 공포 학습이라고 부르며, 공포 학습에는 편도체라고 하는 뇌 부위가 중요하다. 편도체는 감정적으로 중요한 감각 정보에 주의를 집중시키고, 신체적·생리적 감정반응을 유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공포 학습을 시킨 사진을 35~45밀리초 정도의 짧은 시간만 보여주면 사람들은 사진을 봤다는 자각을 하지 못한다. 뇌 피질이 시각정보를 처리해서 의식적으로 자각하려면 50밀리초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시각정보가 시각뇌와 편도체까지는 전해지고, 그 결과 사람들이 공포 학습이 된 사진을 봤다고 자각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공포 반응이 유발된다. 이는 ‘무섭다’는 의식적인 느낌이 공포 반응에 필수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생명은 적절한 방어 반응을 통해 생존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을 뿐, 인간과 같은 형태의 의식을 갖는 형태로 진보해 온 것이 아니다. 따라서 르두 교수는 우리가 동물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무섭다’는 느낌이 아니라, 위협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능력이라고 본다. 나아가 ‘무섭다’라는 의식적인 느낌은 인지적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본다. 신체의 상태, 주변 상황, 그동안의 경험을 재료로 삼아 ‘두려움’이라는 해석을 내려 생기는 것이 ‘무서움’이라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차에 치일 뻔한 상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정신을 차린 뒤에야 ‘무서웠어’ 하는 상황에서는 ‘무섭다’는 느낌과 생존을 위한 공포 반응이 명확하게 구별된다.

이처럼 의식적인 느낌은 경험과 해석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지는 개인의 경험과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조슈아 잭슨 등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감정의 의미부터가 나라마다 미묘하게 다르다. 예를 들어 오스트로아시아 어족에서 부러움은 분노, 혐오와 얽혀 있는 반면, 유러피안 어족에서는 희한하게도 슬픔, 불안, 분노, 후회, 공포, 불쌍함, 희망과 연관된다.

감정이 동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뇌 회로에 각인된 것이라고 믿으면, 감정과 감정에 얽힌 뇌 회로는 인간의 우수한 이성과 이성을 뒷받침하는 뇌 회로로 억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정은 학습과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뇌 회로가 이성 영역과 감정 영역으로 나눠져 있지도 않다. 연구 결과들이 치료법으로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치료법이 나오기 전이라도 감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가 우리 감정을 용서하고, 더 현명하게 다룰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송민령 공학박사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