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배상소송, 새 관점의 논의 필요한 때
[경향신문]
1950년 농지개혁법에 따라 농지를 분배받은 농민들은 1961년경 국가가 공단 조성을 명분으로 강제수용을 하자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냈다. 그런데 소송이 진행 중인 1968년경 수사기관이 농지를 분배받은 농민들에게 가혹행위를 해서 소송을 취하하거나 땅을 포기하게 했다. 심지어 농민들에게 소송 사기 혐의를 씌워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국가는 이 판결을 바탕으로 소유권 이전등기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여 농민들의 농지 소유권을 박탈했다. 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라 실화이다. 과거 국가권력이 국민에게 불법행위를 자행한 ‘구로 농지 사건’이다.
최근 국가배상청구 소송의 특징 중 하나는 구로 농지 사건과 같이 불법 공권력 행사로 인한 과거사 관련 소송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근래 과거보다 많은 국가배상금을 지불하게 된 것에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과거의 불법행위가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구로 농지 사건으로 인해 국가는 2017년 약 2718억원, 2018년 약 6040억원 등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다. 이는 그 해 집행된 국가배상금의 약 80%에 해당한다.
과거에 저질러진 불법행위에 대해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소위 ‘김제 가족간첩단 사건’을 포함한 다수의 간첩조작 사건, 1970~1980년대 자행된 여러 과거사 사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과 같이 무고한 국민에 대한 수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배상소송의 건수, 집행된 국가배상금의 액수가 증가한 것은 최근의 정책·행정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사회적 분위기 변화, 공권력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권리 행사, 사법부의 전향적인 판결 확대 등에 의해 발생한 현상이라는 것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오늘날에는 고문 등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환경과 변화된 국민의 인식은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것이고, 그 정도가 거세질 것이므로 법 집행 및 정책 추진 시 국가의 책임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
국민의 인권 의식 제고, 사회적 분위기 변화, 시대적 요구의 변화 속에서 국가배상소송에 대한 국가·공공기관의 대응 방안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국가배상소송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법무부도 해당 기관과 실무자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소극적 대응, 무익한 상소의 반복, 일상적이고 판에 박힌 사후보고 위주의 소송관리를 지양하고 국민 권익 제고에 부합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송무행정을 구현해 나갈 것이다.
김의래 법무부 송무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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