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말하기] 토슈즈에서 운동화까지
[경향신문]
5월은 공연예술 페스티벌이 시작되는 설렘의 계절이다. 관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극장으로 모인다. 비록 객석은 거리 두기로 한 자리씩 띄어 앉지만, 공연이 중단 없이 진행되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공연은 관객과의 소통으로 존재하는데, 현대무용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표현이 많다 보니 소통의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요즘, 관객과의 소통에 대한 고민이 한가득하다.
순수무용과 대중무용을 접목해 정형화된 움직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유럽의 안무가들이 하고 있는 현상 중 하나이다. 필자도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으로 스트리트 댄서와의 협업을 통해 그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현대무용 작품에 담은 바 있다. 지금도 이런 시도는 다양하게 진화 중이다.
1990년대만 해도 스트리트 댄스는 관광객들이 파리의 중심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거리 문화였다. ‘샤틀레 레알’ 지하의 ‘포럼 데잘’ 광장을 지나다 보면, 넓고 차가운 대리석 지하광장 한쪽 구석을 차지한 브레이커(breaker)나 힙합퍼(hip-hoper) 무리를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행인의 시선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춤을 추기 위해서이다. 끼는 많으나 돈이 없어 연습실을 갖지 못한 그들에게 이 장소는 웬만한 유명 극장보다 더 많이 알려진 핫플레이스이며 거리 무대였다. 댄스배틀을 준비 중인 댄서와 친구들을 따라 하는 무리가 어울렸다. 발레리나가 하루라도 토슈즈를 신고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그들도 “마찬가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거리 춤’ 문화는 1980년대 말부터 미국에서 프랑스로 전해지기 시작했고, 1990년대부터 새로운 춤으로, 또 현재 한국의 비보이 같은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프로시니엄 무대 공연에 익숙해 있던 순수무용 안무가들이 하나둘씩 거리로 ‘내려오기’ 시작했고, 운동화 차림인 그들과의 예술적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거리 춤은 극장으로 ‘올려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관객층의 확보를 위한 대중성 문제에 부딪혀 있는 순수무용계, 순간적이며 오락적 몸의 언어로 예술성에 한계가 있는 스트리트 댄스, 이들의 협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컨템포러리 댄스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들은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그리고 스트리트 댄스라는 장르의 틀보다 컨템포러리 댄스로 향하고 있다. 시대를 함께 숨 쉬는 예술가들의 철학은 언제나 최첨단을 이끄는 컨템포러리 그 자체이다.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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