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안과 밖] 미래 교육의 두 가지 방향
[경향신문]
도가 경전인 <열자(列子)>에 기인지우(杞人之憂)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나라 사람 중에 하늘이 무너지거나 땅이 꺼지면 어쩌나 걱정하느라 식음을 전폐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를 딱하게 여긴 어떤 사람이 사실적인 이치로 깨우쳐주니 그 사람이 크게 기뻐하였다는 내용이다. 교과서나 사전에는 이 단어가 ‘지나치거나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의미로 정의되어 있어서 대개 지나친 걱정이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음을 잠시 생각해보는 정도로 학습을 하게 된다.
학생들과 이 고사의 의미를 좀 더 다각도로 생각해보고 싶어서 단어의 뜻, 의미에 대한 설명을 모두 없애고 한자와 번역문, 필요한 배경지식, 그리고 질문 하나만으로 학습자료를 만들었다. 자료를 공부한 뒤 ‘이 이야기를 배우며 내가 생각해보게 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글쓰기를 하였는데, 놀랍게도 ‘쓸데없는 걱정’과는 전혀 다른 문장들이 학생들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두려움은 무지로부터 온다.” “두려움과 앎은 비례한다.” “두려움은 앎을 가로막는다.”
처음부터 자유로운 지점에 서서 바라보면, 우리의 인식은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교사의 의도와 설명을 덜어낼수록 학생들의 인식은 더욱 깊고, 자유롭게 펼쳐졌다. 학생들은 이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자신에게 이미 생각하는 힘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다음 텍스트에 대한 호기심도 높아진다. 우리가 지금까지 정답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을 하나의 가정으로 볼 수 있다면, 학생들의 개인성을 제한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그들이 자유롭게 비행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에너지를 생성하고 세상에 참여하도록 이끌어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미래 교육’이 교육정책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미래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지금의 세상이 개인성은 계속 강화되면서 사회적으로는 많은 것이 점점 더 공유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개인과 전체가 더 이상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시적으로 연결되면서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가속도를 더해가고 지속적으로 물질적 풍요는 증대하고 있지만, 나쁜 것들도 그만큼 빨리 악화되고 있어서 머지않아 기후 위기 같은 것이 우리 앞에 찾아오면 우리는 우리가 쌓아올린 이 물질적 풍요를 누릴 기회조차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이 정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힘을 사용하고 싶어진다. 그것은 일대일 관계나 가정, 조직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상대방에 대한 지배와 통제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전체는 방대하고 갈수록 팽창하면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인식은 늘 부분적이고 충분하지 않다.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는 이 물질적 번영을 공동체가 어떻게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신체와도 같은 생태계와 기후 환경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미래 교육은 우리 사회 공동체가 이 두 가지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내는 일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개인이면서 동시에 전체로서 공존하는 살아 있는 공동체가 아니면 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정답을 내려놓고 비워두는 공간이 필요하다. 깨어 있는 개인의 의식과 참여가 흘러들어올 수 있는 비어 있는 그런 공간이.
조춘애 광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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