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엔진 급진파 vs 속도조절 신중파

류정 기자 2021. 5.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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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車업계, 전기차 놓고 양분

일본 2위 자동차 업체 혼다가 지난달 ’2040년엔 내연기관차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는 1948년 창업 당시부터 엔진 개발에 몰두했고, 오토바이부터 자동차·제트기·선박에 쓰는 거의 모든 엔진을 만들어왔다. 1965년 일본 자동차 업체 최초로 포뮬러원(F1) 순위권에 오른 뒤 각종 레이싱 대회를 석권한 혼다는 ‘엔진의 혼다’ 소리를 들었다. 그런 혼다가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내연기관차를 모두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지나치게 급진적인 전기차 전략이 혼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아쉬움 섞인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전기차 대전환 시대를 맞은 자동차 업계에서 ‘탈엔진’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엔진 달린 차는 모두 포기하겠다”는 급진파와 “당분간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신중파로 갈리는 양상이다. GM·폴크스바겐·혼다 등 일부 업체는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며 과감히 전기차에 진력하고 있지만, 현대차·도요타·다임러·BMW 같은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 같은 ‘엔진 달린 친환경차’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1885년 카를 벤츠가 내연기관차를 발명한 뒤 130여 년간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온 엔진에 대한 미련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혼다는 왜 ‘탈엔진’을 선언했나

일본 최대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엔진의 혼다가 왜 엔진을 포기하는지 분석하는 기사를 냈다. 이 신문은 혼다가 오토바이 사업에선 높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자동차 사업에선 지난 10년간 도요타에 밀리며 1~3% 수준의 낮은 수익률에 허덕였고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차·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에 전방위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부족해졌다고 분석했다. 전기차와 수소차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또 혼다가 비용 절감과 규모의 경제를 위해 작년 9월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GM과 자동차 플랫폼을 공유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엔진을 포기하기로 한 GM의 전기차 전략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GM은 올 초 2035년까지 모든 휘발유·경유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와 수소차만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혼다의 엔진 기술은 아깝다”며 “앞으로 고효율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요가 늘면 이런 급진 전략이 혼다의 목을 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탈엔진’ 급진파 VS 신중파

하이브리드 자동차 강자인 도요타와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도요타는 2025년까지 친환경차만 팔겠다면서도 전기차·수소차와 함께 하이브리드차를 포함시켰다. 아키오 도요다 도요타 사장은 작년 말 “이대로면 일본에선 차를 못 만든다”며 일본 정부의 탈내연기관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현대차도 2025년까지 전체 판매 중 전기차 비율을 10%까지 올리겠다고 했지만 내연기관차 포기 선언은 하지 않고 있다.

내연기관 포기를 선언한 GM·폴크스바겐·혼다 같은 급진파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자 비용이 절감하고, 전기차 전환 청사진을 앞세워 과감한 인력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이다.

기업 이미지 제고를 통한 투자 유치와 주가 상승 효과도 이유로 꼽힌다. 전문경영인들이 임기 동안 주주들의 호응을 받고자 먼 미래의 일을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신중파는 좀 더 현실적이다. 배충식 카이스트 교수는 “전기차는 배터리 공급 부족, 충전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고 당분간 내연기관차가 시장의 중심에서 ‘캐시 카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도요타와 현대차 같은 오너 경영 체제를 갖춘 업체들은 자칫하면 거짓말이 될 수 있는 과격한 선언에 신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을 중심으로 2035~2040년까지 순수 내연기관차를 퇴출시키는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어떤 방식으로든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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