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부동산 시장의 '백신' 종부세를 바로 세우자
[경향신문]
지난 10일 집권 4주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 회견에서 집권기간 중 가장 아쉬운 건 ‘부동산’ 문제라고 고백했다. 여당도 지도부와 특위를 구성하고 재·보선 참패의 원인인 부동산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다음달 다주택자 중과세를 담은 부동산3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과연 ‘부동산 난제’를 넘을 수 있을까.
부동산 문제의 핵심인 집값 폭등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신규 공급의 반을 독점한 다주택자의 투기이익 때문이다. 다주택자의 탐욕에서 출발해 갭투자, 영끌까지 수요가 허리케인처럼 불어났다. 15년 전 참여정부 때의 집값 폭등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시장 가격을 통제하지 않는 한 투기이익을 줄이는 방법은 ‘세금’밖에 없다. 그래서 다주택자의 투기이익을 환수하는 부동산3법과 정책방향은 옳다. 보유세는 투기 억제에도 효과적이다. 높은 보유세는 결국 주택 가격을 떨어뜨려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백신’인 셈이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보유세를 강화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종부세를 내지도 않는 국민들까지 동참하는 부정적 여론은 절망적이다. 그러기에 우선 부동산 정책 차원에서 다뤄야 하고 안정기에 세제를 합리화하는 이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세금폭탄론’은 허무맹랑한 것이지만 1주택자에 대한 급격한 보유세 증가 지적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십년간 수천만원 하는 자동차 세금보다 수십억원짜리 집의 보유세가 더 낮았다. 이를 고려하면 종부세는 다주택, 고가주택,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반면 실거주 1주택자에게는 파격적으로 부담을 경감하고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공시가격 조정으로 인해 1주택자, 특히 실거주자의 부담 조정이 핵심이다. 재산세 특례대상을 고가주택 기준인 실거주 9억원까지 높이고, 실거주라면 담세자 수준을 고려해 종부세 과세 최저한도도 9억원에서 좀 더 높일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실거주자의 세부담 상한을 대폭 줄이는 것이다. 장기 보유하거나 고령자인 경우 합산해 80%까지 받는 공제는 실거주자라면 이를 분리해 ‘장기 보유’ ‘고령자’에게 각각 80%를 공제해 주면 실거주자와 소득 없는 계층을 두텁게 지킬 수 있다. 아울러 보유세 특성을 감안할 때 은퇴자 등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납세 편의를 위해 부동산을 처분할 때나 주택연금을 통해 낼 수 있는 ‘납세이연’ 제도를 도입하고, 토지분 종부세 세입은 지방재원으로 두더라도 다주택자에 집중된 주택분은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약자의 내집 마련을 위해 재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종부세 실효성을 위해 꼭 손봐야 할 것은 ‘임대주택 합산 배제’다. 현재 등록임대주택 수백채를 가진 다주택자는 종부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 이 제도는 박근혜 정부가 1채만 임대해도 감면해 줄 테니 ‘빚내서 집 사라’며 만든 것이다. 2016년 합산 배제를 받은 임대주택이 이미 148만채였다. 부동산3법이 통과된 후 기대만큼 매물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 제도를 금과옥조처럼 고수해서다. 약속 위반이나 소급과세도 아니니 즉각 폐지해야 종부세가 바로 선다. 참여정부는 전국 종합과세가 가능한 종부세로 세제개혁을 이뤘지만 과세 대상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대폭 늘린 과욕으로 1주택자와 중산층의 반발을 사 정권을 잃고 종부세 또한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
종부세는 다주택자가 아닌 국민이 동의할 수준으로 부담과 불편이 해소돼야 비로소 실수요 시장을 만들고 국민의 주거권도 지킬 수 있다. 나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동산 세금은 기본소득이나 보편복지까지 가능케 하는 핵심 재원이 될 수 있다. 마음은 급하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정권 실패의 데자뷔는 결코 보고 싶지 않다. 집값 폭등으로 피해를 본 국민들이 원하는 종부세가 필요하다.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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